[데스크칼럼] '세기의 이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데스크칼럼] '세기의 이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4.06.03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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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선고 결과를 놓고 시끄럽다. 재계와 일반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연예계까지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이 남았지만 법원은 노 관장 손을 들어줬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사 경영에 도움을 준 게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들 입장에선 훌륭한 판결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번 이혼 소송과 관련 분노했던 대한민국 일반여성 및 주부들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부 커뮤니티 및 관련기사 댓글에는 대부분 ‘조강지처’를 운운하며 노 관장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기회를 포착한 모습이다. 바로 ‘불법자금’을 타깃으로 삼았다. 추측으로 돌던 권력과 기업의 검은 뒷거래가 사실로 확인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 정도 재산분할은 각오해야 한다”고 밝히며 노태우 대통령의 뒷배를 언급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국 사회의 재벌 형성 과정과 정경유착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재판부도 인정한 부정한 돈인 만큼 재산분할된 1조3800억원이 누구 것이 되어야 하는 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여론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쓰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노 관장은 이 돈을 사회공헌사업에 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걱정이다. 현재 여러 규제개선을 통한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실제 조국 대표는 “현재 정경유착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기업은 없는지,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하고 있는지도 주시해야 한다”며 현 정부와 재계를 압박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정경유착’을 지적하면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미지 변신을 꾀하던 기업들이 또다시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생겼다. 이 경우 여론을 의식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게임업계 부호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이혼 소송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비상장사로 다소 관심이 덜했던 스마일게이트에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 창업자 재산은 4조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어 최태원 회장과 비슷하다.

SK 측은 비상이다. 천문한적인 재산분할에 대한 재원 마련으로 SK 지배구조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보유 주식을 팔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자칫 지난 2003년 ‘소버린 사태’때처럼 경영권 분쟁을 겪거나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대형 사모펀드의 인수설과 노 관장 주인설 등의 말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생각할 것은 SK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재계 2위 그룹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SK의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제 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국가대표 기업으로 뛰고 있다. 경영권이 흔들리는 순간 뒤쳐질 우려가 크다.

오너 개인가정사 문제로 기업전체를 흔들고 대한민국 경제‧산업을 지탱해온 재계 전체 이미지를 깎아 내리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소버린 사태를 경험해 본 최 회장은 어떻게든 SK를 지키겠지만 그 과정에서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될 것이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있다. 개인가정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전체를 흔들 수는 없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