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이볼' 방심은 금물, 많이 빨리 마시면 적신호
[기고] '하이볼' 방심은 금물, 많이 빨리 마시면 적신호
  • 신아일보
  • 승인 2024.05.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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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
 

최근 술에 탄산음료, 과일 농축액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믹솔로지(Mixology)’ 음주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맛도 달달해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캔 형태로 나온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아졌다.

하지만 하이볼이 대표적인 믹솔로지 칵테일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많이 마시는 고위험 음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알코올 적정 섭취량은 남성 40g(소주 4잔), 여성 20g(소주 2잔) 이하다. 하이볼 1잔을 마시면 이미 하루 권고량 이상을 마신 셈이다.

믹솔로지 칵테일은 독주에 비해 알코올 흡수가 빠르고 탄산 성분이 식도나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믹솔로지 칵테일의 알코올 농도는 10~15% 정도인데 이는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농도다. 또 믹솔로지 칵테일은 혈중 알코올농도를 급하게 증가시켜 숙취를 유발할 수 있다. 부담감이 적다고 자주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이 잘 분해되지 않아 독성물질이 쌓인다.

믹솔로지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되는 토닉워터나 첨가물의 당분도 건강에 해롭다. 토닉워터에는 통상 17~27%의 당류가 들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 농축액이나 시럽류를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심혈관질환 위험성도 커진다.

특히 하이볼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선호하는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대사능력이 떨어져 소량의 알코올 섭취로도 더 빨리, 심하게 간 손상이 올 수 있다. 반복적으로 음주를 하면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등 위험성이 높아지고 심한 경우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증상은 거의 없고 상복부에 약간의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라 질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상태로 계속 술을 마시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음주를 계속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이 점차 소실되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양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음주 습관도 중요하다. 폭음보다는 조금씩 자주 마시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음주 빈도도 간과 심장 건강에 영향을 준다. 술을 자주 마시면 간의 알코올 해독 기능이 저하되고 부정맥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만약 가벼운 수준의 알코올성 지방간 상태라면 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술을 끊으면 간 기능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며 조직학적 이상도 빠르게 호전된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심한 상태라면 무조건 단주를 해야 한다. 알코올로 간 건강이 좋지 않다면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주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습관성 음주자는 음주 시 영양결핍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부족해져 간질환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소 음주를 할 때 술은 천천히 마시고 되도록 탄산 섭취는 줄이되 물을 충분히 섭취해 혈중알코올농도가 급하게 오르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안주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은 적은 음식이나 과일, 채소 등이 좋다. 빈속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음주 전에는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과음과 폭음을 하지 않고 소량으로 반주를 하더라도 소화기 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해롭다. 가벼운 술자리라 하더라도 반복되면 고위험 음주군으로 간주되므로 평소 음주 습관을 체크하고 스스로 제어가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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