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대응⑤] ‘재계복지’ 인재확보전…육아휴직 1년 더, 근속도 인정
[인구소멸 대응⑤] ‘재계복지’ 인재확보전…육아휴직 1년 더, 근속도 인정
  • 우현명 기자
  • 승인 2024.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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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 운영…이재용 “워킹맘은 애국자”
SK, 초등 자녀 돌봄휴직 90일…LG, 육아 근무단축해도 연차 보장
포스코, 육아휴직 근속 인정…HD현대, 유치원 교육비 1800만 지원

저출산 영향으로 인구 감소 현상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실제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첫 0.76명을 떨어졌다. 국내시장 한계는 더욱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산업계로 밀려와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채용시장 변화가 커졌다. 기업들은 공채보다는 수시채용, 더 나아가 긱워커(초단기 근로자)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한다. 소비 인구 변화에 맞춰 시니어시장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줄어든 인력난에 AI(인공지능)와 로봇의 도움을 받는 스마트팩토리 도입도 증가 추세다. 또한 기업들은 단순한 경영전략 변화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출산·복지 제도를 확대 중이다. 
<신아일보>는 ‘인구소멸 대응’이란 타이틀로 생존을 위해 산업계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들여다 봤다. 다섯번째 시간은 대기업 복지를 통한 인재 확보전이다.

지난 2022년 서울 삼성SD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2022년 서울 삼성SD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국내 대기업들이 인재고갈 우려 속 출산·육아 복지 혜택 확대를 통해 인재 확보전에 나선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포스코, HD현대 등 10대그룹 주요기업들은 육아휴직을 1년 더 보장하고 근속을 인정하는 등 출산장려를 통한 인재관리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임신한 직원의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12주 이내, 32주 이후’로 법 기준보다 4주 늘리며 인재관리에 나섰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5일이며 만12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2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의 어린이집을 개원하며 임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덜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성 디지털시티에 ‘제4 어린이집’을 신축하며 기존 어린이집 3곳에 더해 보육 정원 총 1200명, 건물 연면적 총 2만제곱미터(㎡)의 전국 최대 규모(단일 사업장 기준)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전국적으로는 8개 사업장에 총 3100명 규모로 12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이러한 가족친화적 기조에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장은 2022년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아 여성직원 10여명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출산 휴가와 유연근무제의 도움을 받은 김진표 SK하이닉스 솔루션개발 TL과 아내 이한나 씨,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출산 휴가와 유연근무제의 도움을 받은 김진표 SK하이닉스 솔루션개발 TL과 아내 이한나 씨,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SK는 가족친화제도로 인재를 잡는다. SK하이닉스는 유아기에 주 30시간만 근무하는 단축근무제를 시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출산 전 3개월 휴직, 자동유아휴직제를 비롯해 9세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1년간 하루 4시간 근무 등을 지원한다. SK온은 최근 유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했고 법정 출산휴가와 별개로 최대 3개월의 ‘임신 휴직제도’를 시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임신 전 기간에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며 최장 90일간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를 운영한다. 또 육아휴직을 최장 2년까지 보장하는 등 출산장려 제도를 갖췄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별도 승인 절차 없이 본인이 승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고(2018)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2020)됐다.

LG는 대표 계열사 LG전자에서 출산과 육아로 직원들의 경력단절과 업무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한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구성원을 대상으로 최대 2년까지 제공하는 육아휴직은 매년 500~600명의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부부 동반 육아휴직도 가능하며 지난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구성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남성이다.

5시간 내에서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도 운영한다. 통상 기업들이 육아기 단축근로 사용 기간만큼 연차휴가를 삭감해 지급하는 데 반해 LG전자는 직원이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더라도 차년도 연차휴가를 정상 부여한다. 육아 병행을 위해 총 600명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도 국내 사업장 9곳에서 운영한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사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LG]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사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LG]

포스코는 파격적인 육아휴직 제도로 인재들을 유혹한다.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근속연수로 인정해 승진에 반영한다. 복귀 시에도 희망부서와 경력을 우선 고려해 배치한다. 휴직 기간은 자녀당 2년씩이다. 또 국내기업 최초로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를 도입해 육아기 직원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 중인 직원은 최대 4년간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사내 남성 육아휴직 인원은 2019년 33명에서 지난해 115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더불어 육아 목적으로 유연근무를 사용한 남성직원은 같은 기간 416명에서 721명으로 급증했다. 포스코는 가족·출산친화제도가 직원의 직무만족도와 업무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다른 그룹사에서도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는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을 펼친다. HD현대는 지난해 1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1800만원까지 지원하며 주목받았다. 임신·출산 시에는 축하금 총 1000만원을 지급한다. 임신한 직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임신 초기·말기 전면 재택근무를 지원하며 법정 출산휴가(90일) 외에 특별 출산휴가 1개월을 추가로 준다. 법정 육아휴직과 별개로 만 6~8세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는 최대 6개월의 ‘자녀돌봄 휴직’을 제공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같은 제도는 정기선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 부회장은 2021년 사장에 오른후 가족친화적 직장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해 최대 정원 300명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 보트’가 개원할 때도 개원식에 직접 참여했다.

지난 4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선강부문 다자녀 직원의 육아를 격려하는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4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선강부문 다자녀 직원의 육아를 격려하는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정기선(오른쪽 두 번째) HD현대 부회장이 지난해 HD현대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개원식에서 관계자,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HD현대]
정기선(오른쪽 2번째) HD현대 부회장이 지난해 HD현대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개원식에서 관계자,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HD현대]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

wisewoo@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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