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이 발표됐다. 선정 규모는 2만6000호(분당 8000호, 일산 6000호, 평촌 4000호, 중동 4000호, 산본 4000호)에 추가로 신도시별 1~2개 구역을 더한 범위에서 선정한다. 전체 정비 대상 주택 물량의 10~1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도지구라 하면 해당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 추진을 하는 단지로 야구 경기에 빗대면 가장 먼저 출전하는 1번 타자에 해당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1번 타자가 유리한 만큼 선도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단지별 경쟁이 치열할 터, 평가 기준이 중요하다.
선도지구 선정 기준은 5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는 주민 동의 여부다. 50% 동의 10점에서 95% 동의 60점까지 배점된다.
100점에 60점이면 가장 높은 점수 비중인 만큼 주민 동의가 중요하다. 하지만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를 한다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대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닌지라 아마 연락이 닿는 주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주 환경 개선의 시급성으로, 세대당 주차대수로 최소 2점에서 최대 10점을 준다.
세 번째가 중요한데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10점이다. 도시기능 활성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정성평가로 심사위원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나 지방자치단체 입김이 충분히 들어갈 여지가 있다.
네 번째는 정비사업 추진의 파급 효과로 통합 정비 참여 주택단지가 1개면 5점, 4개면 10점이며, 참여 세대 수가 500세대 미만이면 2.5점, 3000세대 이상이면 10점이다. 많이 참여해 통합 재건축을 하라는 의미다.
다섯째는 사업 실현 가능성이다. 세 번째 활성화 필요성과 같이 심사위원이 평가하는 것으로 가점 5점까지 줄 수 있다.
주민들이 단결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더라도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과 사업 실현 가능성 15점으로 국토부와 지자체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 결국 용적률을 올리고 편의 시설이 좋은 역세권 주변 단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일정은 6월에 지자체별 공모를 공고하고 8월에 평가위원회 구성, 9월 접수, 10월 평가, 11월에 선정을 할 계획이다. 11월이 되면 어떤 단지가 선도지구로 지정이 됐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그다음 일정이다. 2025년 특별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2027년 착공,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한다.
아마 부동산 재건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가 우리 애는 3년 후 서울대에 입학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뭐라고 할까? 대부분 의지와 열정은 좋으나 말이 안 된다고 하지 않을까?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12년을 열심히 잘 한다면 당연히 서울대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초등 1학년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4학년 때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분당의 경우 8000호 선도지구가 2027년 착공에 들어가려면 지금 관리처분계획이 나고 이주를 시작해야 가능하다. 이주계획의 부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으나 달성하지 못하는 계획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재건축 사업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내 임기 동안에 빨리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제대로 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해 첫 마중물을 제대로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이주계획 포함 제대로 된 재건축 계획만 만들어도 절반의 성공이다. 제발 빨리빨리 병에서 벗어나 제대로 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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