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날아간다'…금융지주 책무구조도 도입 초읽기
'CEO도 날아간다'…금융지주 책무구조도 도입 초읽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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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폐지·성과급 검토…"의무 다할 시 감면 조치 필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는 겸직 폐지, 책임에 따른 보수체계 개편 등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횡령 등 금융사고 발생 시 CEO(최고경영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만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한 만큼 실질적인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책무구조도란 지주나 은행 등 금융사 임원 등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회사가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내부통제 규율 체계다.

금융사고 발생 시 '개인의 일탈', '꼬리자르기식' 관행을 막고 담당 임원의 책임을 명확히 묻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총 45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만 1조1068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NH농협은행(3월) 109억원, KB국민은행(4월) 104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사고가 터진 바 있다.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앞서 책무구조도가 시행됐다면, CEO 제재는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CEO 자리까지 위태로워진 만큼 금융지주는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에 분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권 처음으로 이달 15일 주요 4개 계열사(은행·카드·증권·보험)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쳤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행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4일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법령과 내규에 따라 임원 책무 누락·중복 없이 도출·점검하는 방법 △해외 선행 사례 분석 통한 전사적 내부통제 관리 절차 개선 방안 등 설명회도 개최했다. 
 
내년 1월까지 9개 계열사 대상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또한 TF팀을 구성하거나 컨설팅 업체, 법률 자문 등을 통한 책무구조도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은행 부행장의 증권사, 보험사 겸직 업무를 폐지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상 내부통제 책임과 연계해 보수체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책임 소재를 분산시키고, 책임 비중에 따라 보상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 방지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과도한 책임 의무라고 지적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책무구조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이 아닌 의무"라며 "과거 금융사고 발생 시 당사자만 처벌받고 끝났지만 이제는 금융기관 전체, 담당 임원까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책무구조도 작성 과정에서 업무별 담당자 책임과 리스크를 세세히 파악할 수 있게 돼 금융 사고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속이자고 마음먹으면, 사실상 막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CEO까지 책임 소재를 묻는 건 과도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충분한 주의와 의무를 다했지만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재를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등 유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