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수요 많아도 이제 곧 여름 비수기…당분간 답답한 공급
해가 바뀌고 5월 중순까지 왔지만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실적이 연초 물량 계획의 30%에도 못 미친다. 고분양가 논란, 시장 양극화로 주택 사업 여건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나마 계획된 공급 일정도 청약홈 개편과 총선으로 대거 밀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에 새집을 기다리는 수요가 많더라도 이제 곧 여름 비수기라 당분간은 충분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15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 공급 실적은 9만2954가구로 연초 계획 33만5822가구의 27.7%를 기록 중이다.
지역별 공급 계획 대비 실적 차이도 크다. 광주광역시는 2만811가구 중 1만1889가구가 분양해 연초 공급 계획의 절반(57.1%)을 넘겼다. 제주(49.4%)와 전북(45.6%), 강원(44.1%)도 계획 대비 공급 실적이 40%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울산(39.5%)과 인천(34.8%), 전남(33.1%), 대전(31.6%), 충남(31.1%), 경북(28.3%)은 올해 공급 계획의 3분의1을 넘기거나 현재 전국 평균(27.7%)을 웃돈 수준의 공급 실적을 보인다.
반면 △경기도(26.3%) △경남(22.7%) △충북(21.1%) △부산(16.9%) △서울(13.6%) △대구(12.7%) △세종(0%) 등지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이들 지역은 지역 내 미분양 적체 현상이 장기화하는 등 공급과잉 우려가 있거나 이미 분양한 사업지의 청약 경쟁률이 저조한 곳들이다. 또 지역 내 청약 대기 수요는 있지만 정비 사업지별 시행자-시공자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급 시기 조율이 쉽지 않은 지역들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들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24.85대1을 기록할 만큼 청약 수요가 풍부하지만 분양가 책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갈등을 빚는 정비사업지가 상당한 상태다.
결국 고금리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냉각, 원자잿값 인상, 미분양 적체 등이 고분양가 논란과 지역별 청약 양극화 등을 불러오며 저조한 분양 실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등 때문에 모집 공고 승인 자체가 잘 안 나는 경우도 있다"며 "(분양 일정이) 좀 밀린다는 건 있는데 (사업이) 아예 완전 엎어진다던가 이런 건 특이 케이스 아니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3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개편과 4월 총선 등 이벤트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직방에 따르면 3~4월 당초 계획 대비 분양 실적은 각각 9%와 60%에 불과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조만간 여름 분양 비수기가 도래할 예정이라 지역 내 청약 대기수요가 상당하더라도 이런저런 요인으로 시원스러운 아파트 공급을 단기 기대하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가을 분양 성수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청약통장을 손에 들고 분양 시장을 바라보는 수분양자의 청약 선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