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결정에 대해 특정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주주환원을 위함으로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6일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3일 1500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계획을 밝혔다. 목적은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 등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이전에도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고 꾸준히 주주환원율을 높여 왔다”며 “오랫동안 자본시장에서 대표적인 가치주로 평가받아 왔으나 신사업 추진으로 앞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대주주인 영풍은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를 이사회 또는 소위원회가 임의로 정할 수 있어 특정한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주환원(소각)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회사의 자산을 활용해 특정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등에 악용될까 심히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이 이번 ‘임직원 평가 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최근 최대주주인 영풍이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안건을 의결한 것은 시점 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고려아연의 신규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시장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이를 결정한 회사 이사들의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인 ‘트로이카드라이브(Troika Drive)’ 성공을 위해 국내외에서 유수의 인재를 영입하고, 현재 재직 중인 우수 인재들을 평가해 보상하는 데 일부 자사주를 쓰겠다고 밝혔다.
또 1500억원 중 대부분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며 임직원 평가보상 금액은 영풍 측 예상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하며 이번 자사주 매입규모는 1500억원(1.5%) 수준이다. 임직원 평가보상에 사용되는 금액은 시총의 0.2~0.4% 정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