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지만 대표 저평가주 금융그룹 경영진 자사주 매입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경영진 자사주 매입은 내부 사정에 밝은 경영진의 실적 개선 등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어 주주환원의 확실한 시그널로 읽힌다.
이에 시장에선 기대에 못 미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금융주(은행주) 경영진의 책임경영, 주가 부양 의지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에도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손에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과 김지온 신한금융지주 감사파트장은 신한금융지주 주식 각각 5000주, 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재무부문장(CFO)도 이달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1600주, 18일 5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아울러 고석헌 전략부문장과 이인균 운영부문장, 방동권 리스크관리파트장 등도 각각 1500주, 2000주, 500주를 매입해 자사주 매입 릴레이에 동참했다.
앞서 3월19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자율 배상 악재에도 자사주 5000주를 주당 7만7000원(총 3억8500만원)에 사들인 바 있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강화 및 실적 개선 의지로 읽는다.
그럼에도 금융권 주요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밸류업 정책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월 금융당국은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에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로 꼽히는 금융주가 주목받았다.
다만 발표 이후 KB금융지주(5.02%↓), 하나금융지주(5.94%↓), 신한금융지주(4.50%↓), 우리금융지주(1.95%↓) 등 4대 지주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 관련 내용은 빠지며 알맹이 없는 정책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아울러 이달 2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도 당근책은 빠졌다.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자 이해 편의와 비교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목차별 작성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한 내용을 자율적 선정하는 등 강제성도 배제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진의 소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에 자신감이 부족하다'라고 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만 기업은 물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법인세 세계 평균 수준으로 인하 등 기업의 이익이 많이 발생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