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양곡관리법 등 민생법안도 강행 처리 예고
‘협치’ 가늠자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사실상 ‘평행선’으로 내달리면서 향후 정국은 한층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수회담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특검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독소조항’을 이유로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만큼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임시국회는 특검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2일 본회의는 반드시 열어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 관련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이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21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겠다"며 "민생 회복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입법·정책 계획을 예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5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고,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을 재추진할 전망이다. 실제 이재명 대표는 지난 29일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의혹을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경고했다.
김 여사가 연관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이다.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아울러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된 9개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5월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등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민생 법안 처리에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의 무리한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본회의 개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 등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만에 하나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하면 정치적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21대 국회 임기 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날을 기준으로 휴일을 포함해 15일 이내여서 2일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5월 말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법'이 불발될 경우 "22대 국회 출범 후에 반드시 재추진하고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