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최고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엔화 프록시(주변국 통화를 대체)인 원화 가치가 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가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재차 돌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이스라엘의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엔화 가치는 뚝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9일 장중 160.20엔·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 4월18일 장중 160.25엔·달러를 기록한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화 프록시 통화인 원화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10시 44분 원·달러 환율은 1376.10원으로 전일 대비 0.01%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16일에는 장중 1400.82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11월7일 장중 1413.26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엔·달러 환율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 등으로 다소 안정을 찾는다면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지만, 역으로 매파적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으로 엔·달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도 재차 1400원에 근접하는 환율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 물가 상승 가능성 확대로 무역수지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으면 정부 구두 개입이 나와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상황별로 변동성 확대와 1400원 이상에 대한 추가 시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수출에 영향을 끼칠지 우려되고 있다.
원화는 위험 통화로 여겨지며 경제 지표보다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과 같이 움직이며 주변국 통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출 단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총수출액이 감소해 수출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엔·달러 환율 10% 상승했을 때 국내 수출 단가는 0.12% 하락했지만, 수출 물량은 0.02% 증가에 그쳤었다. 이에 수출 금액은 0.1% 감소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한국 4월 수출 실적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동지역 긴장감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수입 증가로 나타나기 시작함에 따라 4월 전체로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발표했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방향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위주 등 대규모 기업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효과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실질실효환율이 10% 떨어지면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올해 1월(2.8%)만 해도 2%대로 꺾인 상태였지만 2~3월엔 각각 3.1%로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농축산물 가격 불안도 여전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대일 수 있다는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