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대에 육박하며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4.85엔까지 올랐다. 이는 1990년 6월27일 장중 155.45엔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지난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고위 관계자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발언을 잇달아서 내면서 미·일 금리차로 인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를 당분간 인하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1월1일) 140.84엔을 시작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에는 달러당 151엔대에 진입했다가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한때 달러당 153엔대로 내려갔다.
이후 중동 정세에 대한 경계감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다시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환율 개입 가능성이 본격화될 지 주목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각국 관계 당국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면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같은 날 "추세적 인플레이션이 전망치에 따라 2% 목표를 향해 가속화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인상할 것"이라며 "물가 전망치가 바뀐다면 통화정책을 바꿔야 할 이유도 될 것이지만, 우리는 아직 금리 인상의 구체적인 시기와 속도에 대해 미리 정해진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