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판매중단 양날의검上] 금융 선진화 제대로 이룰 수 있을까
[ELS판매중단 양날의검上] 금융 선진화 제대로 이룰 수 있을까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4.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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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팔지 마'…소비자 선택권 박탈·판매 권한 제한
(사진=신아일보DB)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제대로 데인 금융당국은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가능성을 열어두며 제도개선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장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박탈, 금융 상품 판매권 제한 등 금융 선진화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내부 협의체를 통해 취합한 은행 영업창구 판매 형태·상품·구조 등의 문제점을 금융위원회에 공유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증권(DLF·D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원금 20% 이상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대한 은행권 판매 중단 방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강화 노력을 조건부로 대표적인 지수 연동형 공모 ELS 판매를 허용해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이라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염두에 두고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다만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대신 판매 문턱을 높인 미국·유럽연합(EU) 등 금융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판매 프로세서 강화를 중점으로 제도개선을 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EU는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콤플렉스 프로덕트(Complex Product)로 정의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은 물론 행정 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조건부 허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수익성 악화를 떠나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 금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불완전판매 등 판매 과정의 문제이지 ELS 등 고위험 상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펀드를 판매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일부 지점 불완전판매로 인해 고위험 상품 자체를 판매하지 말라는 것은 금융의 퇴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선택지 중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자산관리센터 등 영업 창구 제한, 판매 자격 강화 등의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 축소를 우려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않으면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의 여러 가지 사고들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은행은 투자 상품에 대한 좋은 판매 채널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은 유입 감소로 해당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국 등은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는 유니버설 뱅킹 시스템으로 사고 시 책임을 강하게 묻는 구조"라며 "현재 금융당국은 정답이 아닌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