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는 후진국 수준의 대한민국 금융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투자 손실에 대해 금융당국은 판매사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전체 판매 상품에 대한 자율 배상 기준안을 마련하고, 은행권은 이를 기준으로 자율 배상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는 100% 원금 보상을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이 얼마나 기괴한 모습인가.
투자는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예금과 적금이 아닌 ELS 등을 투자 상품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인 셈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는 '자기 책임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라고 누가 손목을 비틀지 않았다. 더 높은 이자를 좇아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고 원금 손실이 나니 '몰랐다'며 다시 내놓으란 주장이다. 몰랐다고 하기엔 ELS 전체 투자자 중 재투자 비중은 90%를 넘는다.
투자자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올리기 위해 원금 보장 성향이 강한 은행 이용자에게 마구잡이로 고위험 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이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투자 경험 등은 따지지 않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ELS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린 2021년 제로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고위험 상품 판매 실적은 은행 직원 성과 평가에도 반영된다. 옆자리 김 대리보다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적금보다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게 만드는 구조다.
은행도 분통스럽다. 불완전판매는 일부 지점에서 일어났는데, 배상은 판매된 모든 ELS 상품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추정되는 배상액만 2조원에 달한다. 또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 배경에는 은행권을 '이자 장사'로 강하게 비판했던 정부 압박도 있다.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궁극적인 원인은 금융감독원 감독 실패로 집결된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 당시 금감원은 은행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 강화 노력을 조건으로 대표적 지수 연동형 공모 ELS 판매는 허용하며 틈을 냈다. 또 당시에도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손실 배상 비율을 20~80%로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두 번의 감독 실패를 교훈 삼아 고위험 상품 판매 프로세스를 빈틈없이 재정비하고, 투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병행해 선진적인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자 책임과 자유시장 원칙을 훼손하는 현재 금융당국 감독 수준은 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