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철도지하화·간병비·저출생 대책 등 수십조 규모 선심성 공약 남발
전문가 “진정한 매니페스토, 실현 가능한 공약… 유권자 꼼꼼히 따져봐야”
4·10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28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여야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민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에 수조원이 소요될 재원 조달 계획도 거의 전무해 ‘공약(空約)’ 남발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관권선거’ 논란 속에서도 총 24차례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요 정책들 중 359건은 이미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발표한 정책들이 실행되기 위해선 약 925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중앙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서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3년 연속 ‘건전재정’을 내세웠다.
기획재정부의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는 재량지출을 10% 감축하는 방안 외에도 경직성 지출을 감축하는 방안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 때문에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한 감세 기조와 예산지출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도 총선이 임박하자 연일 최대 수십조원에 이르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는 철도지하화 공약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약 50조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정부·여당과 민주당 모두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지상철도 부지를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개발하고 민간이 사업비를 전액 부담해 개발이익으로 사업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설경기와 사업성이란 변수가 작용해 실제 개발이익 규모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또 다른 여야 공통공약인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건강보험 적용) 공약 역시 최소 10조원이 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2028년부터 건강보험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여야 모두 명확한 재원 마련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약속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1월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중 재정공약 완료율은 50.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정이 필요한 공약 중 28.3%는 재정 내역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선거만 바라보지 말고 철저히 준비된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니페스토의 진정한 의미는 실현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공약들을 내놔야 하는 것”이라며 “사전 조사도 충분히 필요하고 필요하면 스터디까지도 했어야 되는데 그냥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도 결과적인 것만 관심을 가져선 안 된다”며 “(정당이)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과거에 유사한 공약을 했다면 왜 그때는 진행이 안 됐는지 역추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