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본질 下<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언제까지 반복되나
[투자의 본질 下<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언제까지 반복되나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3.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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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DLF·ELS 사태 등 불완전판매·손실·배상 반복…"구체적 제도 개선 필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 이후, 올해 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졌다. 금융당국이 관련 배상안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권 완전 판매 노력과 함께 투자자 역시 '투자의 본질'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는 원금 손실 등 위험을 항상 동반하며, 최종 책임 역시 투자자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피땀으로 모은 재산을 한순간의 선택과 실수로 잃는 악순환이 없도록 최근 투자 손실 사태 원인과 해법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은행권은 금융감독원(금감원)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바탕으로 자율 배상안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금감원은 후속 조치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과거 △2008년 키코(KIKO) 사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증권(DLF·DLS) 사태에 이어 홍콩 H지수 ELS까지 반복되는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에 금융당국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4월 중순까지 금융사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관행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사별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할지, 아니면 조건부 허용할지 등을 논의하고 판매사 성과평가지표(KPI)에 투자자 수익률을 연동하는 방안 등 전방위 검토가 이뤄진다. 

특히 원금 보장을 선호하는 은행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은행권에서는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 금지 여부도 다뤄질 예정이다. 

'손실-불완전판매-배상-판매 중단' 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과거 키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DLS)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키코는 외환파생상품 일종으로 환헤지를 목적으로 한 통화옵션계약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을 팔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3조3000억원)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키코 사태 발생 11년 만인 2019년 12월 키코 판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손해액 15~41%를 배상토록 권고했다.

DLF는 주가와 주가지수는 물론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DLF 사태는 2019년 하반기 미국·영국·독일 등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4조3000억원)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금감원은 당시 손실 배상 비율을 20~80%로 제시하고 이 중 6개 대표 사례에 대해서는 40~80% 비율을 책정했다. 

2019년 라임 사태(피해액 1조6700억원 ), 2020년 옵티머스 사태(피해액 5600억원) 등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태 때에도 당국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는 물론 투자자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는 운용사의 의도적인 사기로 인한 손실이 명백한 만큼 이전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ELS와는 결이 다르다.

앞서 금융당국은 DLF 손실 사태 후 원금 20% 이상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대한 은행권 판매 중단 방침을 내렸지만, 은행들의 지속된 요구에 ELS 판매를 재허용한 바 있다.

여기에 은행권을 '이자 장사'라며 비판하고 오히려 비이자이익 확대를 지시했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당국 압박에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자본시장법 등 법 제도 개선 등 판매 프로세스를 강화한 후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 이용자 대부분은 원금 보장 성향이 강하다"며 "아예 팔지 말던가, 원금과 이자 모두 보상할 책임을 가지고 팔던가, 복합점포를 통해 한정적으로 팔되 KPI에는 반영하지 않거나 등 세 가지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취 수수료를 없애고 투자자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은행도 이익을 얻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근원에 있는 금융권 성과 중심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