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본질 中] 따면 '내 덕', 잃으면 '불완전판매'…은행은 울상
[투자의 본질 中] 따면 '내 덕', 잃으면 '불완전판매'…은행은 울상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3.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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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재가입률 90%…적합성 평가 간소화한 채 자율배상만 요구
시중은행 창구. (사진=신아일보DB)
시중은행 창구. (사진=신아일보DB)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 이후, 올해 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졌다. 금융당국이 관련 배상안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권 완전 판매 노력과 함께 투자자 역시 '투자의 본질'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는 원금 손실 등 위험을 항상 동반하며, 최종 책임 역시 투자자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피땀으로 모은 재산을 한순간의 선택과 실수로 잃는 악순환이 없도록 최근 투자 손실 사태 원인과 해법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워런 버핏도 한국에서 홍콩 H지수 ELS에 투자해 손실 나면 배상받을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지만,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가입자와 불완전판매를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금융권 모두 난색을 보이며 긴 싸움이 예고됐다. 

특히 조 단위 배상금 지급이 불가피한 은행권은 좌불안석이다. 

판매사 책임을 인정하는 자율 배상안에 대해 이사회 수용도 불확실하지만, 주주들이 이를 이유로 경영진에 대한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 과징금은 별도다.

18일 금감원의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사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소비자 보호 체계 등 판매 원칙 위반에 따라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해야 한다.

지난해 말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으로 이중 82%(15조4000억원)는 은행에서 판매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금감원 배상 기준에 따라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 비율 40%로 가정한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KB국민은행 1조원 △신한은행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판매사가 배상하는게 백번 맞다"면서도 "'불완전판매면 배상해 준데'라는 잘못된 군중심리를 이용해 과거 수익을 올렸지만, 재가입 후 손실을 본 가입자도 100% 전액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전체 투자자 중 첫 투자 비중은 8.6%에 그쳤다. 10명 중 9명(91.4%)은 최소 두 차례 이상 '고위험 상품' 투자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 손실 사태를 겪은 투자자 상당수는 이미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재가입 투자자에 대해서는 배상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H 지수관련 - ELS 가입자 모임(피해자)' 카페에서는 금감원 배상안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계약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투자자 상당수가 고위험 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주가 연동에 따른 손익 구조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지만, 결과적으로 손실이 난 만큼 '팔지 말았어야 할 위험상 상품'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금융사기 계약으로 규정한 것이다.

더군다나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은행 창구 거래 시간이 지연되며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자, 과거 거래했던 이용자의 신규 거래 시 필요에 따라 적합성 평가 간소화를 허용한 건 금융당국인데, 책임을 외면한 채 이를 적용한 판매사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피해자 모임은 금감원 배상안 발표 직후인 이달 15일 입장문을 통해 "은행을 이용하는 예금자에게는 팔지 말았어야 할 위험한 상품을 판매했고, 그 과정에서조차 관련 법을 위반했으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과 배상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선량한 예금자에게 배상을 최소화하고자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판매사 책임만을 강조하며 100% 손실 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감독당국은 불완전판매 책임을 매우 엄격하게 보는 상황으로 투자자가 금융 지식이 없는 등 상식적으로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면 강한 판매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의도"라며 "은행권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만큼 관련 대응과 창구 판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홍콩 H지수 ELS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불완전판매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