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11조원 이상 늘었지만, 올해는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고 정책금융 상품 규모도 줄어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건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면서 11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을 제외하면 관련 통계 집계(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는 정책금융 대출이 이끌었다. 반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또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 가계대출 여건은 주택시장 등 불확실성이 높고 정책금융 상품 규모도 줄어들어 낮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한국은행은 "앞으로 주택시장 여건은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수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은 주택 매수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여건 완화 기대와 일부 지역 개발 호재, 수도권 입주물량 축소 등은 주택시장 회복 상방 요인으로 작용된다.
또 한국은행은 "정책금융 상품 공급 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과 주택도시기금 디딤돌대출 공급규모를 작년(59조5000억원)에 비해 20조원가량 줄어든 40조원 내외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 및 서민·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요건 강화를 통해 지난해보다 공급을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주택도시기금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추가 출시하면서 공급 규모를 확대한다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전세대출 수요는 역전세 상황이 점차 완화되면서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신용대출은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 등을 감안할 때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관측했다.
전세가격이 하락했던 2022년 중 체결된 계약물량은 올해 중 만기도래하면서 계약 만기시 전세대출 상환액이 감소하고 신규자금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비은행 가계대출은 올해에도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누적된 미분양물량 등을 고려할 때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고금리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영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한국은행은 "대출규제 측면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 등 영향은 이어지겠지만 2월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신규 도입된 만큼 일부 가계의 차입가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금융권 가계대출은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앞으로 주택시장의 전개 양상 등 가계대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건들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