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위한 농협 아닌 국민의 농협 재탄생"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불협화음이 공론화하면서, 농협 지배구조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김을 불어 넣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상장 추진'이라는 카드가 농협금융지주 독립성 확보는 물론 농협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할 대책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병운 투자은행(IB) 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계열사 단합을 이유로 '농협맨'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후보로 지지했다.
반면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전문성을 이유로 유 전 부회장 대신 '금융맨' 윤 사장 선임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농협중앙회가 한발 물러서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206만명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자리로 계열사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여기에 농협중앙회는 농협 금융계열사로부터 분기마다 '브랜드 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와 출연기금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 농협금융 농협지원사업비는 4927억원에 달한다. 중앙회가 금융계열사의 실질적인 주인인 셈이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 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한발 물러선 이유는 내부에서는 물론 금융당국 역시 중앙회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생한 100억원 규모 NH농협은행 배임 의혹 사고에 대한 조사와 함께 내부통제 및 출연금, 계열사 선임 절차 등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에 대한 전방위 조사 단계로,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과 금융사고 유발 등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또한 재조명되며 금융업계 전반에 전문성이 강조되는 상황도 농협금융지주 독립성 강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결국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간 연결고리인 지분 100% 비중을 개선하는 것이 현재 농협의 구조적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고, 농협지주 '상장 카드'가 유의미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농협금융지주 상장을 통해 독립성을 강화해 CEO 등 전문 경영인 선임에 대한 간섭을 받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농협 지배구조 개편은 농협법 개정이 필요한데, 농협법에서는 농협은 농민을 위한 특수 목적 법인으로 수익성이 목적이 아닌 농민을 위한다는 취지에 상장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상장을 통해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농협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국민의 농협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농협금융지주 상장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농협중앙회가 과연 지분을 포기하면서 농협금융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내어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