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업무 일부 간호사가 수행… 심폐소생술·응급약물 투여 등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강경대응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매달 2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아울러 간호사들로 하여금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공백 메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운영 장기화에 대비해 기존에 시행 중인 과제들은 지원 기간을 연장하고,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통해 이달 11일부터 새 지원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비상진료 기간에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하고, 경증환자를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인상한다.
경증환자 회송 보상은 이미 한 차례(30%) 인상했는데, 아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고려해 30∼50% 추가 인상키로 했다.
응급 상황에 대응하고자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를 진료할 때 줄 정책 지원금도 신설하고,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일반 병동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일단 1882억원을 다음 주부터 한 달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이후에도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같은 규모로 매달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필수의료에 공정한 보상을 하고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중증 소아, 분만 분야 등에 1조원을 투입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부터 산모와 신생아, 중증질환 등 분야에 약 12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 재정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손실 우려 없이 운영되도록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진료에 대한 공공정책 수가 신설 등에 쓰인다.
이 국장은 “소아외과 계열은 현재도 수가 가산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2배 이상 가산할 계획”이라며 “1882억원이 한시적인 지원이라면 산모·신생아 관련 지원은 정규 수가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했다. 예비비는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 대체인력을 배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의료 이용·공급체계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재정적인 지원에 앞서 당장 의료현장에 도움이 될 인력도 투입된다.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시작되자 정부는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지난달 27일부터 실시해왔다.
이번 보완 지침은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해주고, 법적 보호를 재확인해달라는 현장의 요청에 따라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업무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를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