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컨퍼런스를 참여해도 AI(인공지능)가 주제로 나와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업종들도 AI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더라고요."
사석에서 만난 IT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는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 열풍이 불었다. 오픈AI의 챗GPT가 불을 지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전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삼성SDS, LG CNS, 한글과컴퓨터, 웅진씽크빅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교육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생성형 AI 개발과 접목으로 AI 생태계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는 AI 트렌드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목표만 제시하면 됐다면 올해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됐다. 더욱 실용적인 AI 서비스와 합리적인 비용 등을 제시해 수익모델까지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기업에 생겼다.
데이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생성형 AI 서비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운영 비용이 과도하게 많아서 신규 서비스를 공개할수록 적자 폭만 커지는 구조다. 마땅한 수익모델 없이 대규모 이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서비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인 만큼 대다수 기업이 높은 비용을 감내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생산 규모가 증가하면 비용이 감소하고 이익이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가 벌어지는 곳이 AI 시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방문한 것도 AI 반도체 생산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모델 만들기 일환이다. 한 IT 관계자는 "한국은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AI 관련된 산업이 잘 조성된 점도 방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귀띔해 줬다.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국내 기업들도 당분간 B2C(기업간소비자간거래)보다는 B2B(기업간거래)에 집중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공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올해 모바일 검색과 콘텐츠·커머스 등으로 AI 기술을 확장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자체 개발한 MLLM(복합정보처리 대규모 언어모델) 오픈소스 '허니비'를 활용한 서비스 확장에 나선다.
국내 IT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AI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한해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