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 선택 최우선 고려요인 '가격'…'안정적 공급' 2위
국내 제조업들의 전기사용 증가폭이 2050 탄소중립 대응 탓에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및 전력수요’ 조사결과 2050년까지 기업별 탄소중립 이행 기간 중 전기사용 증가율은 연평균 5.9%로 예상됐다.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2.2%보다 약 2.6배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국내 조사결과는 IEA(국제에너지기구)전망과 일맥상통한다. IEA 2023년도 넷제로 보고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가정했을 때 2050년 전기수요가 2022년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공장, 자동차, 난방 등에 쓰인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인 ‘전기화’가 전기수요를 높이기 때문이다. IPCC(UN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전기화를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보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이외에 AI‧반도체‧ICT 기술 확산‧보급은 전기수요 증가를 더욱 가파르게 하는 요인”이라며 “전기수요에 맞춰 무탄소에너지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고 합리적 전기소비 유인도 중요한 만큼 에너지 절약과 효율에 대한 지원정책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중 66.7%는 발전원 선택에 첫 번째 고려요인으로 ‘가격’을 꼽았다. 이어 △‘안정적 공급(21.3%)’ △‘친환경(7.3%)’ △‘사용안전성(4.7%)’ 순으로 답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술발달로 경계가 흐려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대체로 무탄소발전원 중에서 가격과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발전원은 원전이고 친환경, 사용안전성 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강점을 가진다고 본다”며 “제품원가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경쟁력과 전력품질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은 “반도체 공정특성상 24시간 안정적 전력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 발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에 필요한 전력은 10GW이상으로 막대한 전기수요에 대응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을 저해하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는 △‘국제분쟁 및 고유가’(50.3%) △‘무분별한 전력소비’(17.7%) △‘한전의 막대한 부채’(17.0%) △‘발전인프라 건설을 둘러싼 주민갈등’(13.7%)을 꼽았다.
기업들은 유럽연합에서 작년 10월부터 시범운영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글로벌 ESG정보공시 확대 등 탄소중립에 따른 대내외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41.3%가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환경변화에 ‘이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은 아니나 앞으로 받게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50.7%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환경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비용상승 부담’(68.5%) △‘전문인력 부족’(40.5%) △‘방법을 몰라서’(39.6%) △‘변화에 대한 두려움’(4.5%)을 이유로 들었다.
탄소중립 이행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활동은 ‘에너지(전기)의 탈탄소화’(40.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공정 효율화’(23.7%), ‘친환경제품 생산’(12.0%)이 뒤를 이었다.
탄소중립에 따라 전기화를 추진한다면 관심있는 분야로는 ‘공정 전기화’(67.3%), ‘냉난방설비 전기화’(38.3%),‘제품의 전기화’(13.7%) 순으로 응답했다.
탄소중립 대비를 위한 전력정책으로 기업은‘중장기 국가에너지정책의 일관성 유지’(31.7%),‘관련 지원정책 확대’(31.3%),‘전력가격의 적정성 유지’(29.0%), ‘전력시장 구조 및 요금체계 개선’(13.3%)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탄소중립‧디지털화에 따른 전기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품질의 충분한 전력공급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요소가 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투자 중인 기업이 전력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중점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