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이번 통합입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우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미그룹은 송영숙 회장이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고 4일 밝혔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은 2020년 8월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 타계 후 ‘신약개발’과 R&D 매진’이라는 임 회장의 당부를 되새겨 왔다.
故 임성기 회장은 생전 “1개 프로젝트마다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임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는 송영숙 회장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작년 10월 3만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통째 매각과 같은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때문에 최근까지 여러 해외 사모펀드들은 송 회장에게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장녀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아버지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송 회장과 논의했다.
이때 제시된 것이 ‘OCI그룹과의 통합안’이었다. 송 회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의 이런 결단에 만장일치로 힘을 실었다.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OCI홀딩스가 오르는 동시에 OCI홀딩스 1대 주주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오르는 방식이다.
한미그룹은 각자 대표 체제 하에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이끌어갈 한미그룹의 미래 모습의 지난 50년간 임성기 회장이 키우며 그려왔던 한미의 비전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던 한미그룹이 통합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톱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가족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또한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