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사용되지 않고 지갑 한쪽 구석에 잠들어있는 신용카드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카드사 휴면카드 수는 1400만장에 육박했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전업 카드사 누적 휴면카드 개수는 1388만3000장이다. 이는 전년(1197만7000장) 대비 15.9%(190만6000장) 증가한 규모다. 매일 5200장 이상의 휴면카드가 생긴 셈이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휴면카드는 △2018년 649만6000장 △2019년 808만4000장 △2020년 850만5000장 △2021년 965만8000장 △2022년 1197만7000장 등 매해 늘며 최근 5년간 113.7%(738만7000장) 불어났다.
특히 2020년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휴면카드로 전환된 이후 9개월이 지나면 카드가 자동으로 해지됐지만, 개정안 이후에는 카드 유효기간으로 지정된 5년 내로는 카드를 언제든 재사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최근 카드사 주력 상품으로 떠오른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도 휴면카드 증가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PLCC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혜택을 강화한 상품인데, 해당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카드 사용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휴면카드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PLCC를 적극적으로 내놓은 현대카드다. 2022년 말 273만장에서 지난해 말 208만8000장으로 35만8000장 증가했다.
반면 하나카드는 같은 기간 124만2000장에서 134만2000장으로 10만장 늘어나는 데 그쳐 가장 적은 증가세를 보였다.
누적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다. 지난해 말 기준 215만장으로 1년 전(190만2000장) 대비 24만8000장 불어났다.
이밖에도 같은 기간 △롯데카드 179만5000장→194만8000장 △비씨카드 63만9000장→93만9000장 △삼성카드 152만7000장→185만4000장 △우리카드 139만장→155만3000장 △국민카드 175만2000장→200만9000장 등 모든 카드사에서 휴면카드가 늘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휴면카드로 인해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은 수백억원 수준이고,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카드사도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