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원금 손실에 대해 "지난해부터 고강도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판매 경로 등을 검사한 후 제도개선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홍콩 ELS 관련 제도개선 검토 질문에 "지난해부터 모니터링을 해왔고 현재 판매 정책에 대한 고강도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 모범 규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상품 유형별 구분, 유형에 따른 적절한 판매 점검 경로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사 불완전판매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홍콩 ELS 상품은 파생상품 구조로 돼 있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들이 아니면 설명은 상당히 자세히 들어야 알 수 있는 구조인 건 맞다"고 언급했다.
손실 보상과 관련해서는 "아직 일부만 만기가 도래한 상태라 정확한 손실률은 확정이 안 됐다"면서 "유형별로 분류해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기준 홍콩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은행에서 판매한 물량만 15조9000억원(82.4%) 수준이다.
전체 잔액의 79.6%(15조4000억원)는 올해 만기 도래한다.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종목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파생상품이다.
대체로 3년 만기며,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정해진 수익에 따라 조기 상환한다.
다만 반대로 한 번이라도 정해진 일정 기준을 밑돌면 만기 시점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홍콩 ELS는 대부분 글로벌 증시 호황기였던 2021년 판매됐다.
2021년 상반기 당시 1만2000대를 기록한 홍콩 H지수는 현재 5500선도 무너진 상태다.
이에 ELS가입자모임은 앞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사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원금 보상을 촉구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홍콩 ELS,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말 기준 60대 이상이 6조453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판매 잔액의 44.1%다.
특히 90대 이상 초고령층에게 팔린 홍콩H지수 연계 ELT·ELF 판매 잔액도 90억80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