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명가 재건·증권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3월 우리금융그룹 사령탑에 오른 임종룡(1959) 회장은 올해를 퀀덤 점프 원년으로 삼았다.
신년사, 그룹 전략 회의 등에서도 '도약', '성과' 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임 회장은 '역량 집중·시너지·소통'을 통해 역성장 수치를 대반전 시킨다는 계획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0.0% 감소한 2조8282억원이다.
신한금융그룹(4조5488억원, 전년比 2.0%↓)을 제외한 KB금융그룹(4조9524억원, 전년比 18.7%↑)과 하나금융그룹(3조6300억원, 전년比 2.2%↑)의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두 자릿수 역성장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어 은행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주효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기준 우리금융 은행 의존도는 93.9%로, 하나금융(92.9%)과는 1.0%포인트(p) 차이가 나지만 KB금융(65.3%)과 신한금융(68.06%)과 비교하면 각각 28.60%p, 25.84%p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2조원대에 달하는 금융당국 상생금융 지원 압박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 등도 발목을 잡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지난해 우리은행이 추가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임 회장은 올해를 반전의 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우리그룹이 지난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우리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들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금융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5조6000억원의 우량자산을 확보하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나섰다.
지난해 3분기말 기업대출 잔액은 △KB국민은행(172조4000억원) △우리은행(168조1680억원) △하나은행(161조4350억원) △신한은행(158조9865억원) △농협은행(104조9076억원) 등의 순이다.
아울러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증권사 인수도 지속 추진한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우리종합금융의 증자를 완료한 바 있다.
이밖에도 우리금융은 11일 그룹 정보통신(IT) 운영 방식 개편을 통해 디지털뱅크 기반을 조성했다.
이번 개편으로 IT 자회사 우리FIS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을 대신해 IT 업무를 수행해 온 것에 비해 개발 기간이 최대 50% 단축되고, 외주 개발 최소화와 중복요소 제거에 따른 비용 절감, 현업 직원 IT 역량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선보일 계열사 핵심 기능을 통합한 슈퍼 애플리케이션 'New WON' 역량 향상도 확보하게 됐다.
임 회장은 "올해는 '도약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로 정하고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역량집중과 시너지, 소통 등 3대 경영 목표를 제시한다"면서 "성장전략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룹 자회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며 기업문화 혁신의 발판인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