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KB금융그룹 수장이 9년만 교체된 대격변 속에서도 연임하며 자리를 지켰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입자 수를 늘리고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 대표는 올해 내실 성장과 체질 개선,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취임 첫해 내세웠던 ‘1등 카드사’ 도약에 한 걸음 더 나아갈 방침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창권 대표는 지난달 열린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재선임됐다. 임기는 1년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취임 이후 첫인사에서 8개 계열사 중 6개사 대표가 교체된 가운데 이 대표는 자리를 지킨 모습이다.
카드업계가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 급증으로 카드업황이 잔뜩 위축한 상황에서, 이 대표 연임은 인적 쇄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 대표는 임기 중 모바일홈 애플리케이션(앱)과 리브메이트 앱 서비스를 ‘KB페이’로 통합하는 작업을 성공적 완수했다.
KB페이 앱 하나로 카드 이용과 결제는 물론 대출 등 모바일 홈 앱에서 제공하던 모든 서비스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다양한 혜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가입자 1000만명 확보와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도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종합금융플랫폼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과를 낸 점도 이 대표 연임 성공 배경이라는 평가다.
새로운 카드 라인업 구축도 이 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출시한 ‘KB국민 위시(WE:SH)’ 시리즈 카드는 그동안 KB국민카드가 내놓은 카드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11개월 만에 50만좌를 발급하는 등 흥행을 이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KB국민카드 신규 회원 수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를 제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적 개인 신용카드 신규 회원 수는 KB국민카드 141만명, 현대카드 139만명, 삼성카드 129만명 순이다.
다만 이 대표의 표정이 밝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적과 건전성 관리 부분에서는 썩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카드 당기순이익은 2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2022년 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 역시 38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1% 감소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계속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KB국민카드 연체율은 1.22%로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p) 1년 전과 비교하면 0.44%p 상승했다.
이 대표는 취임사와 신년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1등 카드사’ 도약을 강조해 왔다. 현재 카드업계에서 신한카드가 시장 점유율 기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현대·삼성·KB국민카드 3사가 2위 자리 경쟁하는 구도를 벗어나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올해 핵심과제로 △본업 내실 성장 △미래 성장동력 발굴 강화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 △소비자 마음을 담는 플랫폼·데이터 기업 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올해 본업을 중심으로 내실 성장에 힘쓰면서 수익성 확보와 건전성 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비용효율성 및 건전성 방어 역량 확보, 카드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동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