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회사 바꿀 ‘골든 윈도우’ 열려”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카드업계가 힘겨운 시기를 보낸 가운데, 유일하게 나 홀로 성장을 이룩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회사를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건전성 관리 등 위기 대응을 지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성장 발판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 누적 당기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3% 늘어난 291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8개(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 전업 카드사 누적 순이익이 2조3530억원에서 2조781억원으로 11.7% 쪼그라든 상황에서, 현대·롯데카드만 실적 상승을 이뤄낸 모습이다.
단 롯데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6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7% 늘었으나, 이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매각 효과를 제외한 순익은 1년 전보다 37.8% 감소한 1676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실적이 개선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한 셈이다.
현대카드는 개인 신용카드 결제 규모도 삼성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국내외에서 이용한 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 등을 합친 것으로, 카드사 본업 순위를 엿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현대카드 개인신용판매취급액은 10조9902억원으로 1위인 신한카드(12조466억원) 바로 다음을 차지했다. 삼성카드는 10조504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전까지 KB국민카드와 줄곧 3위 자리를 경쟁하던 현대카드 입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현대카드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 부회장 지휘 아래 지난해 국내 결제시장에 애플페이 도입을 주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 수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난해 3월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에 11월말 현대카드 전체 회원 수는 120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6.3% 불어났다.
정 부회장은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시기 조달비용과 연체 위험이 큰 대출성 상품 취급을 선제적으로 줄였다.
11월말 현대카드 카드론,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1년 전보다 각각 20.5%, 15.8% 감소한 4조6577억원, 4조15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도 신규 약정 최소화와 한도 축소, 최소결제비율 상향 등을 통해 잔액을 1조2919억원에서 9925억원으로 23.1% 줄었다.
그 결과 현대카드 연체율은 0.6%대를 기록했다. 다른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 상품을 주 수익모델로 삼으면서 건전성 악화로 평균 연체율 2%를 목전에 뒀지만, 현대카드는 되레 개선한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그동안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온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 부회장을 지난달 데이터 사이언스 실장과 AI사업1본부장을 역임한 배경화 현대카드 디지털부문 전무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는 기회다. 올해 현대카드 앞에는 회사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골든 윈도우’가 열려 있다”며 “위기에 맞서 침착하고 정밀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