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SBI저축은행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우울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수신경쟁으로 예금 금리가 상승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그나마 실적만 두고 보면 경쟁 저축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해 한도의 한숨은 내쉴 수 있게 됐다. 경쟁사들이 업황 악화 속 순손실을 내며 적자를 낸 상황에서 지난해 3분기 실적을 2분기보다 개선한 영향이다.
김 대표는 올해에도 전반적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보수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경영에 힘쓰는 한편, 건전성과 내부통제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623억원을 거둬들였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3분기에만 순이익 518억원을 거둬들이며 2분기(68억원)보다 약 8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3분기(2573억원)와 비교하면 75.7%(1950억원) 줄었다.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은행권과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이어지며 이자비용이 크게 치솟은 영향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 시 정기예금, 적금 등 수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이 고금리 예금을 선보이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금리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SBI저축은행은 건전성 측면에서 비상등도 켜졌다.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8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포인트(p) 상승했고, 금융시장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PF 연체율 역시 6.21%로 업계 평균(6.15%)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는 등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SBI가 마련한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시장금리 상승, 경기 둔화 영향으로 상환 능력이 저하된 개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골자다.
프로그램 시행 뒤 6개월 만에 총 3939명 차주를 대상으로 1300억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 상환유예와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신용대출 차주 3816명에게 900억원 규모의 원금 유예가, 담보대출 차주 123명에게 400억원 규모의 금리인하 지원이 이뤄졌다.
SBI저축은행은 올해도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의무를 다하고자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취약 차주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의 대상과 지원 금액을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추가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도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은행업권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는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으로 부동산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 부담으로 기업대출 중심의 외형 축소가 이뤄지고, 더딘 경기 회복 속도, 금융당국 규제지원 종료 등이 맞물려 중·저신용자 위주로 구성된 저축은행 건전성 부담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SBI저축은행은 주요 건전성 지표 관리 등 리스크 관리와 비대면 채널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2월 말 경영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올해 역시 지난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비용절감과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와 비대면 채널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