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 발(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가 부동산 시장을 넘어 경제판을 흔들려고 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잔액 134조원 중 부실 규모가 최대 7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수 건설사의 연쇄 부도로 금융시장까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물론 분양 대금이나 토지 공매 등 회수 금액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예상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상황이 안 좋아지더라도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0%만 손실이 발생해도 40조원이 공중에 사라진다. 부실자산을 매각하면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땡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수습에 실패하면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1번 타자인 태영건설의 상황을 보면 워크아웃 협상이 시작부터 불안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재 출연과 SBS 매각 여부다. 사측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기 때문인데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초반 사재 출연에 소극적이었고 SBS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워크아웃을 받아주지 않으면 발생하는 연쇄 파장을 알고 있기에 경제를 볼모로 잡고 내 살은 깎고 싶지 않고 국민 혈세는 깎고 싶은 모양이다. 당연히 채권단과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압박하고 있는데 이를 보는 국민은 분노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결국 국민 혈세가 투입되겠지만 적어도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문제는 태영건설을 넘어 제2, 제3의 건설사들이 흔들리는 경우다. 소문이 돌고 있는 건설사들이 '우린 괜찮다'고 선제 해명을 하는 상황까지 생기는 지금 문제가 더 확산되느냐, 조기 수습이 되느냐 그 선택은 건설사와 정부, 금융당국에 달렸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만큼 건설사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정부와 금융당국의 단호하면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충분한 자구노력을 하는 건설사는 살려주는 대신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반드시 국민 혈세는 회수해야 한다. 직접적인 자금회수가 어렵다면 사업을 못 한 토지를 싸게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 넘기거나 임대아파트를 더 짓게 하거나 일자리라도 더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자구노력이 미흡한 건설사는 본보기 차원에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PF 문제가 해결되려면 금리가 내려가거나 분양 시장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노력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전국 미분양의 87%를 차지하는 지방 미분양이라도 빨리 소진을 시켜야 한다.
무주택자나 처분 조건 1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건설사는 분양가 할인을 제공하고 금융사는 중도금대출이자 감면을 제공한다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취득세 감면을 적용하고 정부는 양도세 감면 또는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받는 개인 대출이 아니라 기업 대출이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기업 대출에 대해서도 개인처럼 건설사 능력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안전장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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