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종료·DSR 규제로 '수요 위축'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가 1년 전보다 48%나 늘었다. 특히 경기도 경매 진행 건수는 2015년 4월 후 8년 7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임의 경매 건수가 늘고 주택시장 침체에 기존 매물도 쌓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 지속 전망과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DSR 규제 등으로 당분간 아파트 경매 시장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1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시장에는 2829개 물건이 나왔다.
이는 1년 전보다 48.6% 급증한 수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 3593건 기록 후 가장 많다.
전국 아파트 경매 물건은 지난 3월 2450건으로 전월보다 48.2% 급증한 뒤 소폭 등락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9월 2091건까지 줄었다가 10월(2629건) 다시 25.7% 늘었고 11월까지 두 달 연속 오름세다.
특히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경매 물건은 670건으로 2015년 4월 697건 기록 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도 올해 5월부터 7개월째 증가하며 2016년 5월 291건에 이어 7년 6개월 만에 최다인 281건으로 늘었다. 인천(207건)은 한 달 새 매물이 28.6% 증가했다.
아파트 경매 시장에는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 영향으로 신규 물량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주택 시장 위축 분위기에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면서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이 쌓이는 상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들어 이자 상환을 못해 은행 등 근저당권자들이 경매를 신청한 임의 경매 건수도 많이 늘고 있다"며 "기존에 나온 것들도 매매시장에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매도 호가가 내려가면서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돼 한두 차례 유찰되면서 같이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경매 물건 수 대비 낙찰 물건 수 비율)은 8월(43%)을 제외하고 30%대에 머물고 있다. 낙찰가율(감정평가 금액 대비 낙찰가)은 올해 초 75%대에서 10월 84.1%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1월 들어 다시 80.8%로 내렸다.
아파트 경매 시장 위축은 고금리 지속과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 중단 등 대출 여건 악화, 시장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최근 관망세가 짙어지며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아파트 매매 시장 분위기가 이어진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4일 기준) 전국·수도권 아파트값(-0.01%)은 나란히 2주째 하락세다. 10월 거래량 역시 전월에 비해 각각 5.8%와 17.9% 줄었다.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여력 감소로 관망세가 짙어진 아파트 매매 시장과 같이 아파트 경매 시장도 당분간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갑자기 내려가지 않는 이상 이 같은 경매 물건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내년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고 고금리 지속,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을 봤을 때 낙찰가율은 저조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