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면서 은행권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로 고금리 수신 경쟁을 유지할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더욱이 저축은행 업황도 좋지 않은 만큼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만기 12개월) 금리는 연 4.07%다. 연 4.12%를 기록했던 이달 초와 비교하면 한 달도 되지 않아 0.5%포인트(p) 내렸다.
금융권 간 경쟁이 치열해 수신금리가 최고조로 올랐던 지난해 11월(5.53%)과 비교하면 1년 새 1.46%p 떨어진 모습이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5대(SBI·OK·한국투자·웰컴·페퍼)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70~4.31%다. 각각 △OK저축은행 연 4.31% △한국투자저축은행 연 4.15% △웰컴저축은행 연 4.10% △SBI저축은행 연 3.90% △페퍼저축은행 연 3.70% 등이다.
이중 SBI·페퍼저축은행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낮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주요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5~4.05%다. 금리 상단과 비교하면 저축은행 평균과 0.02%p 차이에 불과하다.
은행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19개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곳은 전북은행으로 연 4.47%에 달한다. 이는 저축은행에서 가장 예금금리가 높은 상상인저축은행(연 4.40%)보다도 0.07%p 높은 수준이다.
또한, 최고금리가 연 4%를 초과하는 곳도 시중은행은 13곳에 달했으나, 저축은행은 7곳에 그쳤다.
채권 발행 등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한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정기예금 등 수신으로만 자금을 충당한다. 이 때문에 은행보다 0.50~1.00%p 높은 예금금리를 책정해 수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 업황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고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모습이다. 실제 79개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9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956억원)와 비교해 9918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3분기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진한 업황에 저축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낮아진 것도 정기예금 금리 하락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108조1741억원으로 1년 전(116조2769억원)보다 7%(8조1028억원) 쪼그라들었다.
반면 저축은행 수신고는 비교적 넉넉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수신 규모는 118조6822억원에서 117조8504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저축은행이 무리하게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고 당분간 현 기조를 유지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 잔액이 여신보다 많아 예대율 규제를 맞출 필요성이 줄었고, 법정 최고금리 등으로 인해 대출에서 수익 확대가 불가능한 만큼, 수신에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