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겨냥한 ‘종노릇’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금융당국과 은행금융지주 회장단이 만나 ‘상생금융’ 확대를 논의했다. 은행권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이자부담 감면 방안을 연내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물론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를 비롯해 빈대인 BNK금융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 국내 8대 은행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금리·고물가와 세계적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국내은행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1000억원) 대비 38.2%(5조4000억원) 불어났다.
특히, 이 기간 은행이 챙긴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1년 전(40조6000억원)보다 8.9%(3조6000억원) 증가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막대한 은행 이익이 단지 금리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사가 나름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걸고 사회공헌 노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면서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회사의 상생 노력은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 선별적 지원을 권고했다”며 “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단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향후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은행 등 자회사와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최종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은행·금융투자·보험 등 여타 금융권역별 CEO 간담회를 릴레이로 개최, 금융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