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마주했다.
미중 정상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새벽 4시20분 APEC 회의장에서 40km 떨어진 캘리포니아 파일롤리 정원에서 대좌한 두 정상은 4시간이 넘도록 회담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의 양옆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 주석 옆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자리했다.
중국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한 순간부터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해왔다.
경제, 무역분야 경쟁으로 대치해 왔던 미국과 중국은 올해 초 불거진 '정찰풍선' 논란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미국이 대만문제, 북핵문제까지 거들며 중국을 압박하자 미국을 향한 중국의 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미국과 껄그러운 사이였던 중국은 미국의 정상회담 제안에 신중을 기해왔지만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며 국제 정세 긴장이 한층 높아진 점을 고려해 "협력하자"는 미국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먼저 두 정상은 관계 경색으로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신임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소통할 예정이다.
군사 대화 재개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갈등하는 양국 간 긴장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대만 문제를 다루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다만 이 대화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마무리됐다.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선거에 중국이 개입을 시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이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이에 중국 측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전과 관련,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노력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 대좌는 지난해 인도네세이 발리 이후 1년 만,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미중 관계의 전략성·전반성·방향성 문제와 함께 세계 평화와 발전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