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겨냥한 ‘종노릇’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은행권은 올해 초 ‘은행은 공공재’, ‘돈 잔치’ 등 윤 대통령의 비판 이후 사회공헌 확대와 고금리로 인한 고통 분담 압박을 받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날 선 비판이 가해지자 은행권 내에서는 상생금융 추가 확대 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횡재세’ 도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고금리 시대에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반면 서민들은 빚 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을 지적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 발언은 현장에서 소상공인에게 들은 말을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를 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 국무위원, 다른 국민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어떠한 정책과 직접 연결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종노릇’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한 여파는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KRX은행지수는 전장 대비 2.47% 급락했다. 이후 이날까지 2거래일에 걸쳐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낙폭을 회복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이 은행권을 겨냥한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연초에도 은행들이 직원·퇴직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올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2월에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권은 올 한 해 서민금융과 상생금융, 사회공헌 부문에서 확대 압박을 받아왔다.
실제 은행권은 금리·수수료 인하와 연체율 감면, 원금 상환 지원, 채무 감면 등 1조1479억원 규모 지원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을 구성해 은행 과점체제 혁파와 구조 손질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지원, 이른바 ‘제2상생금융’을 금융당국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과도한 수익을 올린 기업에 법인세와 별도로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 논의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횡재세는 그동안 국회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와 당국 차원에서는 검토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노릇’이라는 발언 수위가 강한 만큼 금융당국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은행권이 올해 상생금융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과 앞으로의 수익 전망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