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유명무실 대책 후 또 만드는 'LH 대책'…"너무 즉흥적 아닌가?"
[2023 국감] 유명무실 대책 후 또 만드는 'LH 대책'…"너무 즉흥적 아닌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0.29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위 김병욱 위원, 임원 외부 공모 따른 '내부 승진 동기 상실' 지적
김희국 위원 "불량 자재 못 쓰게 제도 개선하라" 주문…건설사에도 경고
강대식 위원 "느낀점 뭔가?"…이한준 사장 "이런 일 없도록 애쓰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왼쪽 첫 번째)과 이한준 LH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사진=서종규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왼쪽 첫 번째)과 이한준 LH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사진=서종규 기자)

'완전한 탈바꿈'을 목표로 한 혁신 방안을 1년 가까이 추진했지만 더 큰 사고가 터졌다. 새로운 방안을 만들고 있는데 이미 정부 혁신안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즉흥적 대책 마련' 우려도 크다. 국토위 국감에서 김병욱 위원은 철근 누락 사태를 겪은 LH가 선택한 임원 외부 공모 방안에 대해 내부 승진 동기를 없애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희국 위원은 불량 자재가 건설 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하라고 국토부에 요구하면서 건설사에도 경고 메시지를 건넸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초순 국토부 주도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2021년 3월 LH 직원 투기 사태 발생 후 같은 해 6월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고 방안 발표 1년이 지난 시점에 원희룡 장관이 LH 혁신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4월 말, LH 직원 투기 사태 후 2년이 조금 지나고 LH 혁신 방안 발표 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신축 공사 중이던 LH 아파트 일부가 무너졌다. 국토부는 LH 개혁안을 다시 만들기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진행 중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토위 국감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토위 국감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 국감 마지막 날도 '주인공 LH'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 마지막 종합감사가 열렸다. 원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도 기관 증인으로 감사장에 출석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감사위원은 LH 임원 외부 공모에 대한 원희룡 장관의 생각을 물었다. 인천 검단 LH 아파트 신축 현장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고 이 사고를 시작으로 다수 LH 아파트 전단보강철근 누락 사태가 일자 LH 부사장과 국민주거복지본부장, 공공주택사업본부장, 공정경영혁신본부장 등 상임이사 4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LH는 상임이사 자리를 내부 직원 승진으로 채웠는데 지난달 14일 돌연 부사장과 국민주거복지·공공주택사업·공정경영혁신본부장에 대한 초빙 공고를 냈다. 상임이사 공석 4자리를 외부인으로 채운다는 얘기다.

김병욱 위원은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게 축소됨에 따라 LH 직원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우려를 포함해 외부 공모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고 원 장관에게 질의했다.  

김 위원은 "LH 본부장급으로 외부 공모를 하려면 더 훌륭하고 우수하고 전문적인 사람이 들어와야 되는데 사실 LH 본부장의 급여라든지 여러 가지 사항을 봤을 때 그렇게 저는 낙관적이지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지금 LH 상황은 일반적인 상황을 얘기하기는 너무나 비상 상황이고 특히 바로 직전에 간부들의 허위 보고라든가 일선에서 층층이 보고가 아예 올라오지 않는 경우라든가 이런 경우에 신상필벌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병욱 위원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원 장관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보기에 '임원 외부 공모'는 너무 즉흥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LH란 거대한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제대로 된 책임 의식과 능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아주 소중하다고 본다"며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너무 처방 자체가 즉흥적이고 그리고 또한 너무 변화의 속도가 크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금 LH의 현재 상황은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기존에 LH의 잘못된 관행에 전혀 낯선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저나 우리 LH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고뇌와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즉흥적이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국토부는 LH 직원 투기 사태 후 내놓은 혁신 방안을 통해 LH가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향상 등 본연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기관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강도 높은 혁신 의지 표출에도 불구하고 투기 사태를 능가하는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지자 국회가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신중한 대책을 국토부에 요구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병욱 민주당 국감위원. (사진=연합뉴스)
국회 국토위 소속 김병욱 민주당 국감위원. (사진=연합뉴스)

◇ 콩 심었으니 콩 나는 것

인천 검단 LH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선 전단보강철근 누락만 문제로 확인된 게 아니었다. 콘크리트 강도 자체가 기준에 미달했고 사고 지하 주차장 외 주거동 내벽 일부에서도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확인됐다.

김희국 국민의힘 위원은 지난 27일 국토위 국감에서 국토부를 향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싸고 좋은 물건은 세상에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LH처럼 어느 한 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부실시공을 막을 제도적 보완을 빠르게 추진하라고 국토부에 주문했다.

김희국 위원은 "작년 국감 때 콘크리트에 적정 양보다 물이 더 많이 섞여 있는지 아니면 적정 양이 섞여 있는지 단위수량검사제도를 빨리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언제쯤 현장에서 시행할 예정인지 물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표준시방서는 이미 지난해 개정됐다"며 "품질 지침은 규제 분석을 통해서 연말까지 개정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희국 위원은 건설사들에도 불량 건설 자재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적어도 건설, 건축의 기본 재료인 모래나 레미콘은 정품을 사서 쓰길 부탁한다"며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듯이 불량 자재 쓰다가 안전사고 내서 회사의 명운이 왔다 갔다 하고 국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오는 그런 수치를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국토부에 "싸구려 모래나 싸구려 레미콘 사다가 한 번 걸리면 정상 가격보다 2배, 3배 손해를 본다는 명확한 인식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국감위원. (연합뉴스)
국회 국토위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국감위원. (연합뉴스)

◇ 왜 LH 아파트만 그래?

국토부는 지난 8월3일부터 2개월간 전국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시공 중 현장 139개와 준공 현장 288개를 조사한 결과 준공 아파트에선 전단보강근 누락이 없었고 시공 중 현장 1곳만 설계도서에서 누락을 발견해 착공 전 보완했다. 다수 현장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을 쏟아낸 LH 아파트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결과다.

지난 27일 국감에서 이한준 LH 사장을 불러 세운 강대식 국민의힘 위원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강대식 위원은 "민간 무량판 아파트 총 427군데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면에 LH가 건설한 아파트 121개 단지 중 무려 22개 단지가 부실시공으로 확인된 결과를 보고 느낀 점은 뭔가"라고 물었다.

이한준 LH 사장은 "여러모로 국민 여러분께 부실시공으로 인해서 안전성을 저해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애쓰겠다"고 답했다.

또 이 사장은 이권 카르텔이 부실의 원인이냐는 강 위원의 질문에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결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한준 사장은 "저는 그 부분(이권 카르텔)도 물론 동의합니다마는 LH형 무량판 지하 주차장 구조에 익숙하지 못한 기술자들의 이해 부족, 또 설계공모 의무화로 인한 LH의 설계 검증 기능의 약화, 그리고 이것을 검수할 수 있는 직원들의 능력자와 인력 부족, 그리고 관리, 감독 등이 복합적으로 인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고 답했다.

강대식 위원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라든지 GH(경기주택도시공사)라든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지방주택공사에서는 부실공사가 없었다"며 "그래서 이런 공기업들과의 정책 경쟁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