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대규모 투자 단행, ‘기술혁신’ 강조
글로벌 경기침체 '실적부진'…이건희 ‘신경영’ 이은 메시지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직’에 오른 지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국내외 사업현장을 분주하게 누비며 임직원들과 소통했고 협력사와 상생의지를 다졌다.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미래경영도 모색했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의 기틀을 세웠다. 다만 반도체 사업 대규모 적자 지속, 모바일 분야 경쟁력 약화 등은 당장 직면한 과제다.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계기로 ‘뉴삼성’을 구체화 할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지난 1년간 행보는 상생과 조직안정화, 글로벌, 투자, 인재육성 등 미래준비로 요약된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삼성전자 협력사를 방문해 상생의지를 보였다. 평소 강조한 ‘동행 철학’ 의지가 담긴 행보다. 또 계열사들을 돌면서 조직안정화와 경영점검도 진행했다. 전자, 바이오, 금융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고 임직원들과 인증샷도 찍으며 친근한 리더십을 보였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10여개국 이상을 방문해 글로벌 정재계 인물들과 미래경영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동했다. 올해 5월 미국 출장에선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 미래 유망사업의 선도기업 리더들과 연쇄 미팅도 했다. 이 회장이 22일간의 미국출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20여명에 달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중동 순방에 동행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다.
이 회장은 그룹 주요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주요 사업장에 들러 ‘기술혁신’을 강조했다. 올해 3월엔 정부의 용인 클러스터 구축에 ‘20년간 30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클러스터 조성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바이오 분야엔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 추가 투자계획도 공개했다.
다만 이 회장 취임 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유혈충돌로 경영환경이 악화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한 DS부문은 올 상반기에만 8조94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주력인 D램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SK하이닉스가 신형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먼저 선보여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실적 버팀목이던 스마트폰 사업도 위기감이 감돈다.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1위(점유율 20%)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전년 동기대비 1%p 줄었다.
이에 일각에선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내세운 신경영 선언처럼 삼성을 변화시킬 변곡점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개최한 학술대회도 동일한 맥락”이라며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이재용 회장의 의지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