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운영중인 맞춤형 저리대출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부실하게 관리·감독 돼 부당대출액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2023년 상반기까지 7년간 한국은행 대출 규정을 위반하고 대기업, 과다채무기업 등에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이 213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등 개별 은행에 대출자금을 공급하는 신용정책 수단으로, 돈줄이 막힌 지방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스타트업이 은행에서 좀 더 싸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정책금융제도다.
은행이 먼저 차입자에게 대출해주면 그 실적대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각 은행에 자금을 내주는 사후대출 방식이다.
한국은행이 예금 대출 취급세칙 등 지원요건과 대상을 정하면 은행은 규정에 따라 개별 기업을 심사해 대출을 결정하고 2%로 고정된 저금리 자금을 대출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취약층 맞춤형 지원이라는 목적을 벗어나 △대기업, 과다채무가 쌓인 주채무계열 기업에 빌려주거나 △폐업한 업체에 대한 대출 △대출금이 상환된 사실을 숨긴 경우를 ‘규정을 위반한’ 부당 대출로 분류해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7년간 (2017년~2023년 상반기) 이렇게 줄줄 샌 돈이 2137억원6000만원을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규 사유별로는 △대기업·과다채무기업에 대한 부당대출 348억4000만원 △이미 폐업한 업체에 대한 부당대출 516억3000만원 △은행이 중도상환 사실을 은폐한 부당대출 796억3000만원 △부도업체에 대한 대출 등 기타 사유의 부당대출이 476억5000만원이다.
은행 유형별로는 시중은행(신한·하나·국민·우리·SC·씨티)에서 1178억2000만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되는 등 가장 많은 부당대출이 발생했고, 국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농협은행·수협은행)에서도 717억1000만 원의 대출이 규정을 위반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전북·광주·제주·경남·부산·대구)에서도 242억1000만원의 금액이 한국은행의 대출 규정을 위반했다.
김영선 의원은 "한국은행은 정책금융사업을 엄정하게 관리해 시장질서 교란을 방지해야 함에도 부실한 감독으로 2173억원의 본원통화가 부적정하게 시장에 유출시키는 사태를 발생시켰다"며 "각 은행의 대출배정액을 줄이는 조치 뿐만 아니라 예금대출 취급 규정에 명시된 △부당지원 대출금 즉시 회수 △배상금 부과 △금중대 거래약정 해지 등의 제재조치를 통해 실효적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