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하 현금)이 1년 전 대비 6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증가분의 64.8%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9곳은 현금 보유량을 1조원 이상 늘렸다. 반면 HMM과 KT의 현금 보유량은 1조원 이상 줄었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 6월말 기준 대기업의 현금은 전년 동기대비 26.8% 증가한 294조825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이익잉여금은 4.7% 증가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27개 기업이 포함된 IT전기전자의 현금 규모가 46조3375억원(74.1%) 늘어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삼성전자의 올해 6월말 기준 현금 보유량은 79조9198억원으로 작년 6월말 39조5831억원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동일 시점 이익잉여금 규모가 310조2168억원에서 338조3107억원으로 28조939억원(9.1%)밖에 늘지 않았음에도 현금 규모가 대폭 늘어난 점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말 기준 현금 보유량을 작년 6월말보다 4조6483억원(28.8%) 늘리며, 증가액 2위를 차지했다. 이익잉여금 증가 규모는 7조7902억원(10.2%)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익잉여금이 1조4318억원(217.9%) 증가할 때 현금 보유량을 2조8767억원(145.0%) 늘리며 3위에 올랐다.
이밖에 1조원 이상 현금 보유량을 늘린 기업으로는 △SK에너지(1조8442억원, 126.3%) △두산에너빌리티(1조6271억원, 148.3%) △LG화학(1조5676억원, 29.7%) △SK하이닉스(1조4945억원, 32.9%) △삼성물산(1조2496억원, 59.9%) △현대삼호중공업(1조151억원, 167.4%) 등이 있다.
반면 HMM과 KT는 현금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였다.
HMM은 올 6월 기준 1조6977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조7361억원(50.6%) 줄어든 규모다. 동일 시점 이익잉여금이 4조467억원(62.1%) 늘었지만 현금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KT 역시 이익잉여금이 8530억원(6.3%) 늘었음에도 현금 보유량은 1조162억원(36.0%) 줄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 대다수가 이익잉여금 증가액 이상으로 현금을 늘려 가용 자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불안정한 경제 환경 탓에 내외부적으로 위기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