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딜레마' 가결이든 부결이든 부담… 일단 ‘부결’에 무게추
여야 모두 총선 '중도 확장' 전략 고심… 추석 민심 예의주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 간 셈법이 복잡하다.
총선 7개월을 앞두고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까지 파고 들면서 총선 민심 1라운드인 '추석 밥상머리'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의 49.8%가 '통과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반면 '통과돼야 한다'는 44.2%였다. 통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5.6%포인트(p)나 많았다. 이외에 '잘 모르겠다'는 6.0%에 불과했다. 일단 국민 여론이 이 대표에게 향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는 법치주의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것으로 폄훼하며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야당의 ‘윤석열 검찰의 야당 탄압’ 주장에 힘이 실리며 중도층이 야권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만약 구속 등으로 사퇴 수순을 밟게 된다면 중도 성향의 비명계 비대위원장이 뒤를 이를 공산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인 친명계 인사보다는 합리적 중도 인재 영입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전략상 민주당의 중도층 확장을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결국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어야 ‘명분 없는 단식’으로 이뤄 낸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켜 정치 공세를 이어나가는 게 더 수월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이미지는 '축적된 결과물'이다"며 "(만약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민주당에 '방탄 정당', '이재명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총선에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경우도 가결이든 부결이든 당에 큰 부담이다. 당장은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를 지켜내는 게 시급할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심의 향방이 어떻게 바뀔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내 의견은 부결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당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167명 중 140여 명은 부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앞서 선제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30여 명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총선 공천 여부다. 친명계 강성 지지층은 의원 개개인 '가부'를 확인하는 인증릴레이를 하며 압박하고 있다. 가결을 찍은 의원들은 색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도 또는 비명계 의원들로서는 ‘낙인’이 달가울 리 없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은 이전과 상황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나서 '찬성표를 던지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가결 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지지층의 여론 압박이 거세 비명계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해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완승이다. 추석 민심까지도 이 대표가 장악했다"며 "이 대표가 완전히 당을 장악했기 때문에, 최소한 연말까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율 교수는 "지지층 결집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고, '이재명 동정론'이 총선 때까지 지속되기 위해선 외연 확대가 함께 가야 하는데 그런 징후는 없다"고 선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