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 매대 앞 '썰렁', 수산물 코너는 '북적'
정부 '물가안정' 총력…전통시장·마트, 할인·페이백
“사과랑 배 1박스씩 사면 15만원이 넘어요. 과일선물은커녕 당장 상차리기도 버거울 정도에요.”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지난 15일 오후에 찾은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은 보통이면 들떠야 할 명절 대목과 달리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간간히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물건을 살펴보는 이들도, 상인들도 걱정에 빠진 모습이다.
과일가게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사과랑 배를 보고 있는데 대부분 1박스에 8만원(약 7.5~10㎏)이다. 박스째 가격은 비싸서 낱개로 사려고 했는데 개당 5000원 이상이다. 시장은 좀 쌀까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푸념했다.
그는 이어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 작년에는 같은 가격에 5~6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3개밖에 못산다. 2배 이상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진열된 과일을 한참 둘러보다 “너무 비싸다”며 돌아서기 일쑤였다. 사과나 배가 아닌 샤인머스캣 포도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B씨는 “차례상에 올릴 것(사과·배)만 몇 개 사고 선물용이랑 저희(가족) 먹으려고 샀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상인 C씨는 “사과, 배(상자)는 비싸서 갖다 놔도 안 팔린다. 사도 낱개로 조금씩 사간다. 그래도 샤인머스캣이나 자두는 꽤 팔린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인’을 앞세운 과일코너 앞에서도 머뭇거리는 고객들이 꽤 많았다. 햄·참치캔, 고급유,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샴푸) 등으로 구성된 추석선물세트 매대 앞도 썰렁했다.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도 수산물 코너는 북적였다. 상품이 진열된 매대에는 안전을 강조한 방사능 검사 결과지가 부착됐고 ‘할인’, ‘특가’ 등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D씨는 “곧 추석이라 장 볼 겸 들렀는데 회가 싸서 구매했다”며 “솔직히 아직 오염수 문제가 체감되진 않는다. 당장 해산물을 안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직원 E씨는 “온라인으로는 선물세트 예약접수가 들어오고 있는데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고객은 예전처럼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경기가 어려우니까 필요한 것만 사거나 온라인으로 (쿠폰 등을 적용해서) 저렴하게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 여름 폭염, 장마 등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9월15일 기준 사과(홍로) 10킬로그램(㎏)의 평균 도매가격은 8만3500원으로 지난해(4만2100원) 대비 98.3% 올랐다. 배(신고) 15㎏는 지난해 4만6700원에서 6만1200원으로 31.0% 뛰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지속된 고물가에 추석 대목에도 소비가 얼어붙자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애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축수산물을 할인하고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전개한다. 특히 농식품부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인 670억원의 예산을 농축산물 할인에 투입한다. 또 주요 성수품 공급 물량을 14만9000여톤(t) 규모로 확대한다. 해수부도 명태, 오징어, 고등어 등 주요 어종의 정부 비축물량을 1만1500t 방출한다.
서울시는 이달 18일부터 10월1일까지 시내 106개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농수축산물을 5~30% 할인한다. 시장별로 일정금액 이상 구매 시 온누리상품권과 사은품도 증정한다. 오는 20일부터 10월15일까지는 쿠팡이츠,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등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도 전통시장 상품을 할인한다. 서울 시내 63개 전통시장의 상품을 최대 30% 인하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리테일,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는 카드할인 및 상품권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백화점은 추석선물세트 행사장을 별도 마련하고 배송 접수처를 두며 프리미엄 상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