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종사자 10명 중 9명은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정에서 불거진 개입 논란과 일관성이 부족한 금융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1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이 함께 꾸린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 조합원 인식 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합원 인식 조사는 지난 7월17일부터 8월23일까지 약 한 달간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를 통해 진행됐다.
금융노조 조합원 10만여 명과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약 8만명 등 총 18만명에게 설문 조사 문항을 보낸 뒤 업권별 비율에 따라 우선적으로 답한 전체 조합원 1%(은행업 500명, 카드업 500명 보험업 393명, 공공 및 기타유관기관 343명, 증권업 64명)의 응답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에 달하는 89.7%는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이란 응답은 10.3%에 그쳤다.
특히 부정적이란 응답에서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60.4%로 많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란 응답이 29.3%였다.
업권별로는 은행업 응답자 93.2%가 윤 정부 금융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증권업도 90.6%로 많았다.
공통투쟁본부 관계자는 "평가 응답을 100점 평균 점수로 환산하면 100점 만점 기준 17.5점의 평균 점수에 그쳤다"며 "사실상 금융종사자 대부분은 윤 정부 금융정책에 '낙제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평가 이유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43.3%)은 '과도한 개입'을, 다음으로 '근시안적 금융정책 및 체계구성(30.9%)'을 꼽았다.
또 금융정책 콘트롤타워 부재(13.3%)와 포퓰리즘적 행보(12.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역할에 대해 금융업 종사자 70% 이상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는 응답자 72.2%가, 금융위원회에 대해서는 70.1%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인만큼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금융권 종사자 다수가 필요성을 인식한 셈이다.
다만, 정작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압도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금융당국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 질문에서 금융위에 대해서는 응답자 87%가 '잘못하고 있다(매우 잘못하고 있다 50.9%,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36.1%)'고 답했고, 금감원 역시 '매우 잘못하고 있다 50.1%,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37.8%' 등 87.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금융위 13%(잘하고 있는 편 11.4%, 매우 잘하고 있다 1.6%), 금감원 13.2%(잘하고 있는 편 10.4%, 매우 잘하고 있다 1.8%)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평가는 근무 기간이 긴 응답자일수록 긍정평가 비율이 낮았다.
공투본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우 5년 미만 응답자 긍정응답이 25.0%였지만, 20년 이상 응답자는 6.7%에 불과했고, 금융위 역시 5년 미만 응답자 긍정응답이 28%였지만, 20년 이상 응답자 긍정응답은 6.8%로 적었다"고 덧붙였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을 둘러싼 금융당국 등의 개입에 대해 응답자 62.2%는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90.5%는 '인사개입이 불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인식조사 결과를 두고 양대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정책과 관련해 윤 정부의 실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현 정부 금융 정책은 말 그대로 표류하는 중이라는 것이 이번 조사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말했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도 "최근 50년 주택담보대출 논란과 같은 근시안적인 금융정책에 대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대 금융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양 노조가 함께 시민 문화제 등을 통해 윤 정부 금융정책 실정 알리기에 나서는 한편, 내년 총선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양대 금융노조가 '1인 1당적 갖기'에 나서는 등 정치권에 대해 금융권 노동자 요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 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