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대출 부담에 물건 '쑥'…"시장 회복 아직"
서울 아파트 경매, 대출 부담에 물건 '쑥'…"시장 회복 아직"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9.1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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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경매 진행 건수, 2016년 7월 후 7년 만에 최다
고금리 지속 전망·특례보금자리론 연말 종료 예정
서울시 영등포구 아파트.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영등포구 아파트. (사진=신아일보DB)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새로 경매로 넘겨지는 물건이 늘고 기존 매물도 쌓이면서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은 올해 들어 조금씩 온기가 도는 모습이지만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여전히 예년과 비교해 낮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이 연말 종료될 예정이라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1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는 190개 물건이 나왔다. 

이는 203건이 나온 지난 2016년 7월 후 7년여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아직 30%대로 저조한 낙찰률(경매 물건 수 대비 낙찰 물건 수 비율)에서 알 수 있듯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이 쌓이고 고금리 대출 부담으로 신규 물량이 계속 유입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지난해 11월 162건으로 급증한 후 올해 2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3월에 127건으로 소폭 증가 후 4월 126건으로 줄었다가 △5월 145건 △6월 159건 △7월 169건 △8월 190건으로 다시 넉 달째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예전보다 높고 대출 연체율도 늘다 보니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며 "갈수록 신규 유입되는 건수도 증가하고 그전 시장에 나온 물건들은 2~3회 유찰될 때까지 매수자들이 기다리다 보니 계속 누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 영향을 받아 침체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14.2%까지 내려앉았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올해 1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함께 44%로 뛰어오른 바 있다. 이후 등락을 보이며 7~8월 두 달 연속 30%대를 이어가고 있다. 감정평가 금액 대비 낙찰가를 뜻하는 낙찰가율도 작년 12월 76.5%에서 올해 7~8월에는 85%를 넘겼다.

다만 최근 매수세가 몰리는 강남권이나 신축 아파트들이 전체적인 낙찰가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 회복세를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6층)는 낙찰가율 107.9%에 주인을 찾았지만 종로구 명륜아남아파트(12층)는 87.6%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 편차가 큰 모습이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 공급도 연말 종료 예정인 만큼 앞으로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고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경매 물건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낙찰률이 갑자기 올라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내년에 정책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낙찰가율이 꺾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봤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