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상식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 필요"
정의연 "어떻게 피해자 기리고 여성폭력 해결할 지 지켜볼 것"
서울시가 5일 오전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를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작품을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철거했다. 이에 정의기역연대(정의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단체는 죽었다"며 "진영논리가 아닌 상식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중구 예장동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 있는 임 화백의 조형물인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2점에 대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시는 전날 오전 해당 작품에 대한 철거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의연 등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현장에서 반대 집회를 열면서 이날로 연기한 바 있다.
임 화백은 지난 2013년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의 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에 내려진 1심 판결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앞서 서울시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임 화백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단 의견이 6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는 시립 시설 내에 설치된 임 화백의 철거작업 추진에 나섰다. 이날 기억의 터 조형물들이 철거되면서 서울시립 시설에 설치됐던 임 화백의 작품 6점은 모두 사라졌다.
오 시장은 철거가 이뤄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철거를 방해한 정의연 등 시민단체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편들기 운동이 됐다"며 "비정상화된 노조에서 벗어나고자 올바른 노조 운동이 싹텄듯 진영논리가 아닌 상식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연은 이날 발표한 조형물 철거를 규탄하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임옥상 성추행 사건을 통해 만연한 여성폭력의 현실을 드러내고, 범죄 이후 그의 파렴치한 행보까지 모두 기록하는 방안을 찾자고 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철거를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앞으로 서울시가 기억의 터 공간을 어떻게 재조성할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일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똑똑히 지켜보고 말하고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