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우위선점 위해 인력확보, 기술·생산역량 강화해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2025년 이후 현실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한국도 공급망 우위 선점을 위한 지원 강화와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31일 ‘미국과 EU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를 통해 “미국과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2025-203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핵심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요국의 반도체 대규모 설비 증설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핵심 인재 확보와 안정적 인력 공급은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U 등 주요국들은 현재 반도체를 국가안보의 요체로 지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21년 반도체 부족사태 당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현대사회에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GDP는 1%(약 2500억달러) 감소했고 EU 일부 회원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3분의 1 줄었다.
미국과 EU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제3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관련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반면 EU는 모니터링과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는 게 차이점이다.
미국의 반도체 육성 전략은 크게 △보조금 지급 △신청 요건 규정 및 중국 제재 △제3국 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은 반도체 연구 개발·제조·인력 양성과 세액 공제 등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약 782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반도체 제조 시설 지원을 위한 보조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부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초과 이익 공유, 회계 자료 제출 등 엄격한 신청 요건을 규정했다.
특히 △우려 대상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의 실질적 확장 및 중요 거래 금지 △해외 우려 대상 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 금지 △미국산 및 미국에서 파생된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중국을 제재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여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EU는 △보조금 지급 △모니터링 및 위기 대응 강화 △제3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다.
EU는 반도체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대규모 기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연구 개발 및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제조 시설 투자 유치를 위해 최초 제조 시설에 공공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 및 공급 부족을 예측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동이익을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과 반도체 동맹을 구축해 정보 교환, 반도체 분야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미국의 보조금 지원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총 2,100억 달러를 상회 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함
한국과 대만 기업은 2721억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일부 미국 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EU의 경우에는 대만과 미국 기업이 투자를 계획 중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까다로운 신청요건, △미국과의 협력 관계 유지에 따른 선택의 자유 제한 △탈 중국 동참 압박 등 위험 요인이 공존하고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기업이 미국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해나가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주요국 대비 반도체 수출·생산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보조금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 자유로운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 대해선 △EU 시장 내 첨단 반도체 팹에 대한 적은 수요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 기반 △EU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의 높은 운영비용 등의 제한이 있어 한국 기업에게 큰 이익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EU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반도체 장비, 소재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