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황 약화 장기화, 포스코‧현대제철 “방어 시급”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팽팽하다. 조선업계는 강력한 인하를, 철강업계는 최소한 동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최근 내림세를 탄 글로벌 후판 가격과 글로벌 시황 약화 장기화로 양측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최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은 선박을 건조할 때 사용하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며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앞서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진통 끝에 소폭 인상된 바 있다.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을 안은 철강업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후판 원재료 가격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톤(t)당 90만원 중반대로 조선사와 철강사가 합의했다.
하지만 하반기 양측 입장은 서로 역전됐다.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글로벌 후판 가격은 하락하고 철광석 등 원자재가도 약세를 타기 시작한 탓이다. 실제 2021년 1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중국산 후판 가격은 최근 6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중국산 후판 가격은 556달러를 기록했다.
김원배 현대제철 전무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후판이 시장에 유입돼 가격 하방 압력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철광석의 경우 올초 120~130달러 선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평균 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후판가 인상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없는 만큼 가격 동결까지 염두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도 글로벌 시황 약화 장기화로 후판을 통한 수익성 방어가 시급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차례 인상된 후판가로 원가 부담이 큰 조선업계는 하반기엔 인하에 기대를 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박을 신규로 수주한 지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만큼 신조 계약 후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손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수주한 선박은 1t당 60만원의 후판 가격을 적용해 계약을 끝냈는데 건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올해 후판 가격이 t당 60만원을 상회할 경우 배를 만들어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상황은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후판가를) 올리려면 철강사들도 근거가 있어야 할텐데 현재로서는 인상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과 철강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후판가 컨센서스를 형성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