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재계 대표 등극…"큰재벌 아니라 오히려 위아래 연결 플러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새이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새 수장에 오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정경유착 근절과 조직쇄신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류 회장은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그런(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며 “당시 부회장을 하고 있었으니 부끄럽고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젠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만들 자신감이 있다”며 “4대그룹도 그래서 들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한 류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는 한국펄벅재단 이사장, 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이사회 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탁월한 글로벌 무대 경험과 지식·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이날 총회에선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흡수 통합과 단체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한경연 회원사가 한경협으로 승계되며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 또한 자동으로 전경련에 복귀했다. 4대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직은 유지했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전경련 첫 설립 당시인 1961년 사용한 이름이다. 국정농단 사태 주역으로 곤혹을 치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지가 담겼다.
류 회장은 전경련에 재가입한 4대그룹과 함께 국민들이 기대하는 경제연합회를 만든다는 포부다. 핵심은 ‘정경유착 근절’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운다.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야당·시민단체들을 찾아 설득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류 회장은 “한국은 한번 잘못하면 매장시키려 한다. 누구나 한번 잘못할 수 있다”며 “과거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재발방지 장치 마련과 함께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경련은) 삼성·LG 등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대화창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는 과거”라며 “미래를 위해 같이 경제발전을 고민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이 재계를 대표하기엔 규모가 작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히려 제격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그룹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 큰 재벌이 아니기에 위아래를 연결하는데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돈을 벌려면 다양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한우물만 팠다”며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글로벌 1위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겠다”며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의 새명칭 ‘한경협’은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산업통상자원부) 승인(9월 중) 후부터 사용가능하다. 4대 그룹이 법적으로 한경협의 회원이 되는 시점도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의 승인 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