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중 NIM 중위권 수준…5대 은행 예대금리차 낮은 수준
국내은행의 시장지배력과 순이자마진(NIM) 연관성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시중은행이 과점을 통해 높은 예대금리차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한다고 지적하며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을 추진했는데, 이를 전면 반박하는 의견이다.
3일 금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내은행의 시장집중도와 순이자마진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의 NIM은 지난 2021년 기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18번째로 낮은 중위권 수준이다.
NIM은 은행이 자산운용으로 번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고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 수익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며,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통용된다.
통상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자산 단위당 순이자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NIM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NIM은 OECD 평균인 1.8%보다 낮다. 또, 전체 은행 자산 대비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비중은 88%로 OECD 38개국 중 21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5대 은행 자산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중위권에 머물러 국내은행 산업의 집중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은행의 집중도와 NIM 사이의 상관관계도 약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론적으로는 은행 집중도가 높으면 시장지배력이 높은 대형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기 때문에 NIM도 높아져야 하지만, 국내 실증분석 연구 결과 은행 집중도가 높으면 오히려 NIM이 낮아지는 결과가 도출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주요 9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의 10년간(2012~2021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은행 집중도와 NIM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은 시장지배력이 훨씬 낮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도 예대금리차가 낮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6월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93%포인트(p)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의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은 2.00%p로 시중은행의 두 배 이상을 보였다.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높은 데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이 큰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중·저신용 대출을 확대한 2021년 이전에도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인터넷은행보다 낮았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NIM 또한 5대 시중은행이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소규모 은행보다 더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5대 시중은행이 과점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예대금리차와 NIM을 높게 책정해 ‘이자 장사’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5대 시중은행은 규모의 경제가 예대금리차와 NIM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신규 진입을 허용해 기존 은행의 시장집중도를 낮추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이자수익을 시장집중도의 문제로 진단해 완전 경쟁 체제로 이를 해결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