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우리나라와의 금리역전 폭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은 연준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5.00~5.25%에서 5.25~5.50%로 상향됐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달에는 한 차례 숨 고르기를 했지만, 이달 다시 올랐다. 연준은 1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총 5.25%p 끌어올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5.50%)과 우리나라 기준금리(3.50%)와의 격차는 2.00%p까지 벌어졌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까지 양국의 금리역전 폭은 1.50%p를 넘어선 적이 없었지만 올해 들어 연준은 기준금리를 계속 끌어올린 데 비해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금리 격차는 5월(1.75%p)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원화의 가치는 떨어져 원·달러 환율은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네 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하며 역전 폭이 벌어지는 것을 관망하고 있다.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따라잡아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 격차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며,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와 통화·금융당국은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며, 우리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내외 금리차 확대로 불혹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자본유출입과 환율 변동은 국내외 경제와 금융 여건 등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하고, 환율도 주요국 통화가치 흐름 등을 반영해 안정적인 모습이며 외화자금시장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