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시행했던 여름철 ‘무더위 쉼터’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한때 국내 모든 은행이 동참해 전국 수천여 개의 점포를 피서지로 개방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재운영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무더위 쉼터를 개방한 지방은행과 달리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춘 시중은행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총 40곳에 불과하다. 은행별로 우리은행이 12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국민은행(11곳), 신한은행(7곳), 하나은행(6곳), NH농협은행(4곳) 순이다.
5대 은행의 서울 소재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올 1분기말 기준 1320개다. 이 가운데 3%의 영업점만이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 셈이다.
무더위 쉼터는 정부가 냉방 시설을 갖춘 주민센터·경로당·금융기관 등을 지정해 여름철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을 말한다.
은행 영업점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면 방문객 대기 장소나 상담실 등을 쉼터로 조성하고, 은행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장소에 따라서는 부채나 생수,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은행으로 피서 간다’는 농담을 제도적으로 허용한 셈이다.
은행권이 무더위 쉼터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8년부터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에서 송종욱 당시 행장의 제안이 처음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금융당국에서 다른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다수 은행이 동참하며 전국 6000여개의 점포가 무더위 쉼터로 탈바꿈했다.
이는 일회성으로 멈추지 않고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9년에는 금융당국의 개입 없이도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회원은행들이 무더위 쉼터 운영에 나섰다. 운영 기간도 전년보다 개방 시기를 앞당겨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2개월로 연장했다.
은행권은 이때만 해도 매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 사회공헌활동으로 내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고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무더위 쉼터는 중단된 상태다.
지방은행은 이후에도 여전히 무더위 쉼터 운영에 적극적이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매년 여름 영업점을 시민들에게 개방했으며, 올해 역시 BNK부산은행과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이 쉼터 운영을 개시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은 2019년 이후 은행 차원에서의 무더위 쉼터 운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 은행의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무더위 쉼터 운영·개방 여부를 결정하기로 협의됐다”며 “현재 운영되는 쉼터는 일부 지점에서 개별적으로 점포 소재 지자체와의 협의에 따라 개방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