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빚 증가 연착륙을 위해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확대와 LTV(Loan To Value Ratio, 담보인정비율) 규모에 따른 금리 차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GDP(국내총생산) 가계부채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자산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정책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한국은 가계부채 누적증가 방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0년 70% 수준으로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았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이후 2018~2020년 90% 수준까지 늘면서 세계 7번째로 상승했고, 2022년4분기 말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이처럼 지속적인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기업대출 대비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 수요 증가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강환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신용공급 주체로서 금융기관은 안정적 대출 증가 방안으로, 자금수요 주체로서 가계는 주택 구입, 자산 투자 등을 위해 가계부채를 늘려왔다”며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규제가 조기에 도입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부채가 누증했다”고 진단했다.
한은 보고서는 한국의 담보대출 LTV가 낮고,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 차주의 비중이 높아 현재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불안정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계부채 누증이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세 제약과 자산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통해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점진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전세대출 보증한도 조정 △기업대출 유동화 지원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 요인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서는 △DSR 예외 대상 축소 △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일시 상환 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태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DSR 운용 시 기본적으로 모든 대출을 포함한다”며 “일부 국가의 경우 학자금 정도만 예외를 인정하는데, 한국도 DSR 예외 대상 축소와 DSR 시행 이전 대출에 대한 DSR의 점진적 적용 등 규제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LTV 수준별 차등금리에 대해서는 영국의 경우 2012년부터 LTV가 높아질수록 금리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하면서, 이런 가산금리 적용이 가계 레버리지(부채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LTV가 60% 수준이면 3.5% 금리를 90% 수준이면 이보다 2%포인트(p) 이상 높은 5%대 후반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계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및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환구 실장은 “통화정책의 효과는 특정 부문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나 주택가격 상승 문제가 상당히 악화했을 때, 긴축적 통화정책을 활용하면 (이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